막 쪄낸 찐빵
이만재 지음 / 두란노 / 199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밝힌대로 초보 크리스천의 '눈이 열리는 백일간의 일기'이다. 

군더더기를 제하고 어떻게 예수를 믿게 되었는지 카피라이터답게 깔끔한 필치로 고백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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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세월을 노래함 

비 오는 날은 잘 움직이지 않는데 좀 멀리 나들이를 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다리도 쉬고
향기 짙은 커피도 마셔볼 참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눈에 들어오는 장면...
찍사가 되고 싶은 저는 머릿 속으로 사각 프레임을 그립니다.
급한 마음에 좀 흔들렸고
짧은 순간에 구도에 신경을 쓰다보니
윗부분이 좀 잘렸습니다.
위의 바구니의 빵까지 나왔어야 하는데...

한 번 지나간 시간의 풍경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비가 오는 날, 다시 그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같은 사진은 찍을 수 없습니다.

이런 사진에서 인생을 유추합니다.
우리의 삶도 다를 바 없습니다.
한 번 지나가버린 날은 같은 모습으로 '불러오기'를 할 수  없습니다.
순간을 사랑하는 것...그것이 오래 사랑하는 '사랑법'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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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3-0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을 사랑하기. 현재를 즐기기.... 제 가치관인데 쉽지 않아요.
나이가 들면서 더 여유가 없어지는 듯 합니다. 조급해져요.

gimssim 2010-03-07 21:02   좋아요 0 | URL
저는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결혼해서 좀 완벽주의자 남자랑 사느라
뭐든 '빨리빨리'가 몸에 배였어요.
내 할일 다 하고 언제나 남편이 찾는 그 자리에 있다보니...
요즈음 좀 천천히 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꿈꾸는섬 2010-03-07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한번 지나간 것은 다시 불러오기를 할 수 없다.

gimssim 2010-03-07 23:0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다시 한 주가 시작되니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아니 정정합니다.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봄봄   


아직 먼산에 잔설이 남아있고,

자주 비가 오는 다소 스산한 날씨이지만

들판에 나가면 봄 오는 소리가 들린다.

대지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멀리서 들려오는 봄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가만히 몸을 연다.
 


힘이 센 매화...작년 봄에 사천원을 주고 사다 심었는데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우리 텃밭에서 본 봄 풍경
 


안으로 흐르는 물소리
 


장래희망 농부의 텃밭...퇴비 두포대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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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3-06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매화 꽃눈 사진이 너무 좋아 제가 컴퓨터 바탕 화면으로 모셔갔습니다.
'대지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가만히 몸을 연다.' 글도 좋고요 ^^

gimssim 2010-03-06 10:07   좋아요 0 | URL
저의 사진이 쓰였다니...영광입니다.
봄은...이런 저런 장애물들을 헤치고 오고 있습니다.
쿵쿵쿵...
아마 이런 진군소리가 들리지 않을까요?

비로그인 2010-03-0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 꽃눈사진을 클릭했더니 커지는군요.. 깜짝이야. 하하
봄이 되었나봅니다. 중전님.


gimssim 2010-03-07 21:03   좋아요 0 | URL
네, 그 눈꽃이 좀 핀 사진을 찍었는데
요즘은 계속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니...
조만간 다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주도 내내 날씨가 흐리다는 예보가.
 

    

뽁뽁이...미아찾기

남편이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자리를 바꿔앉느라 우리가족은 숱하게 이사를 다녔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다시 전업 학생으로 돌아갔는데, 그것도 모자라 아예 가족을 이끌고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남편은 이사한 다음날로 학교에 가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낯가림이 심한 나였지만 이제 낯선 곳에 당분간 뿌리 내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비장해졌던 것 같다.
빨리 이삿짐을 정리하고 동네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몇 시간이고 쉬지 않고 일을 하다가 보니 곁에 있던 아이들이 없었다.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급한 마음에 아래층으로 가보고, 근처 놀이터도 돌아보고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다.
혹시 그 사이에 집에 와 있을까 싶어서 계단에서부터 이름을 불러댔다.
거의 울음에 가까운 소리였다. 어미의 울음소리를 느꼈을까?
작은 방에서 기척이 있는 것 같았다. 문을 열어보니 아직 어린 두 아이가 그릇 박스를 열어젖히고 이 뽁뽁이를 터트리데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어미의 그 막막함은 아이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이 그때의 나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었다.

지금도 뽁뽁이를 보면 만감이  교차하던 그 가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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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레고리 펙

'기억하는 천재보다 메모하는 둔재가 성공 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절대 메모라곤 하지 않는 남자와 살다보니 나는 웬만한 건 다 메모를 한다.
내가 툴툴대면 우리 서방님은
“형수님이 메모하시니까 형님은 그걸 믿고 그러지요” 한다.
내 탓이라는 거다.
근데 고민은 메모를 분명히 하긴 했는데 그걸 어디 해 두었는지 모른다는 거다.
물론 메모수첩이 따로 있긴 하지만 요즘 들어서 그것도 자주 빠뜨리고 다니니...
새벽기도 마치고 찾아볼 게 있어서 몇 년 전 다이어리를 뒤지다가 건진 몇 장면.
2003년 여름의 단편이다. 
                       그동안 써온 다이어리


가끔씩 단편처럼 써놓은 이런 메모들을 오늘처럼 봄비 오시는 날, 찾아서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나는 문방구 가기를 즐긴다.
시가지를 걷다가도 자투리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문방구로 간다.
어린 학생들 틈에 섞여서 작은 노트 사기를 즐긴다.
그렇게 사 모은 수첩, 노트들이 즐비하다.
 

마음의 색깔

마음은 하나라구요? 천만에요.
마음을 열 개, 스무 개, 아니 천 개도 더 될 걸요?
그런데 우리는 마음은 하나라고 착각을 하며 살지요.
방법은 있어요. 한 가지 색깔로 칠하는 거죠. 다른 색들이 들어와 자리잡기 전에 말이죠.
문제는 내 마음이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남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칠할 수는 없는 거죠.
울타리 밖의 남이라면 그냥 넘어가겠어요.
그러나 울타리 안의 남은 어떻하지요?
나는 나와 같은 색으로 칠하고 싶은데,
아니 나랑 같은 색으로 이십년이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나는 빨강색인데 울타리 안의 남은 녹색이라는 것 아니겠어요?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가금은 색깔놀이를 하면서 색깔을 살펴봐야겠더라구요.
단, 틀린 색이 나오더라도 모른 척 넘어가기.

그게 인생이니까...
 

그레고리 팩 죽다

나는 서양 남자 배우 중에 그레고리 팩을 좋아한다.
절제되고 단정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난 아줌마이지만 어쩐지 욕망의 흔적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듯한  기름기 많은 아저씨는 좋아하지 않는다.  리처드 기어 같은, 섹스어필 덩어리.
그레고리 팩 하면 오스카 상을 안겨준 <앵무새 죽이기> 라는 영화가 떠오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로마의 휴일>이다.
절제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문기자 역은 압권이다.
사랑은 그런 게 아닐까.
안타깝고 가슴 아픈 것,
손 끝 떨리는 아픔을 참아내는 것,
마음은 두고 몸은 돌아서는 것...
그런 게 아닐까.
이 나이에 너무 환상적인 소린가.
몸과 마음이 다 허물어지는 사랑의 의미를 이미 알아버렸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다 갖는 것 아닐 것이다.
끝장을 보는 건 집착이고 탐욕이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을 두고 걸어나오는 그레고리 팩의 모습...
그게 사랑이다.

그 그레고리 팩이 죽었다.
6월 11일, 87세
아내 크리스틴은 남았다.  2003. 6. 11 




 봄 비 내리는 삼월,
시간은 빨리 가는 듯 하면서도 느리게 가기도 한다. 모처럼 휑하니 비워놓은 날.
그레고리 펙이나 원없이 보아야겠다.
<로마의 휴일> <앵무새 죽이기> <나바론 요새> <마켄나의 황금> < 빅 컨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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