뽁뽁이...미아찾기

남편이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자리를 바꿔앉느라 우리가족은 숱하게 이사를 다녔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다시 전업 학생으로 돌아갔는데, 그것도 모자라 아예 가족을 이끌고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남편은 이사한 다음날로 학교에 가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낯가림이 심한 나였지만 이제 낯선 곳에 당분간 뿌리 내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비장해졌던 것 같다.
빨리 이삿짐을 정리하고 동네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몇 시간이고 쉬지 않고 일을 하다가 보니 곁에 있던 아이들이 없었다.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급한 마음에 아래층으로 가보고, 근처 놀이터도 돌아보고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다.
혹시 그 사이에 집에 와 있을까 싶어서 계단에서부터 이름을 불러댔다.
거의 울음에 가까운 소리였다. 어미의 울음소리를 느꼈을까?
작은 방에서 기척이 있는 것 같았다. 문을 열어보니 아직 어린 두 아이가 그릇 박스를 열어젖히고 이 뽁뽁이를 터트리데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어미의 그 막막함은 아이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이 그때의 나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었다.

지금도 뽁뽁이를 보면 만감이  교차하던 그 가슴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