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님은 한 사람을 회심시키기 위해 오래 기다리시는 분이다. 

몇 년 전,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이 크리스천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이런 책을 기대해 왔다. 

이제, 영성과 지성의 문지방에 서 있다는 - 겸손한, 그전에는 거칠 것이 없는 분이셨다 - 회심한 지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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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등불은 지고...

식물원에 갔습니다.
며칠 전 눈이 많이 내린 탓에 멀리 보이는 산은 아직도 은발입니다.
그래서 햇살이 따스하긴 했지만 바람은 칼 바람입니다.
봄은 아직 빗장을 열지 못하고 있는 듯한데,
갑자기 눈 앞이 환해졌습니다.





 

 

 

 

 

 

 



 


 

 


 아마 이놈 때문인듯 합니다.
키다리 산수유 나무가 수천 개의 노란 등불을 매달고 조금씩 조금씩 불울 켜고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수천 개의 노란 등불을 마악 불을 켜기 시작하는데
하나의 커다란 등불이 꺼졌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추울 때는 추운 곳으로 가고, 더울 때는 더운 곳으로 가라”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이다.”

"저마다 자신이 몸담아 사는 장소에서 홀로 우뚝 앉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 깨어 있는 존재이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들은 봄이 오면 꽃이 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이 오게 됩니다.

우리들 자신은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가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꽃으로 피어날 씨앗을 일찍이 뿌린 적이 있었던가?“

“준비된 나무와 풀만이 때를 만나 꽃과 잎을 열어 보입니다.”

스님의 마지막 책 <일기일회>에서 이런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꽃이 피니 이제 봄은 올 겁니다.
그러나, 스님이 바라고 소망하던 ‘중생의 봄’은 아직 아득하고 요원해 보입니다.

스님의 이 낙관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오래 들여다 봅니다. 
이 무언의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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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3-1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님의 단아한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님의 글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더 좋은걸요!!!!
어제는 정신이 혼미해 그저 슬펐는데 오늘은 법정스님에 대한 글을 읽거나 라디오를 들어도 눈물이 나네요,,,저도 한참을 올려주신 스님의 낙관을 바라봅니다...()...

gimssim 2010-03-12 15:46   좋아요 0 | URL
스님을 일면식 한 적도, 법문을 직접 들은적도 없는데,
마음이 공허합니다.
'우린 어떻게 살라고?'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꿈꾸는 배

제가 사는 동해안은 계속해서 날씨가 좋지 못하여
보름도 넘게 배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포구에 묶여있는 한 척의 배를 보았습니다.
뱃 머리는 바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구름 낀 하늘에서 잠시 태양이 얼굴을 내밀려고 합니다.
배는 바다로 나가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겠지요.
거친 바다와 싸우며 많은 물고기들을 잡는 것...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러나  바다에 나가기를 기다리며 잠시 포구에 몸을 내려놓고 있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배는 포구에 있을 때만 만선의 꿈을 꿀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일단 바다에 몸을 띄우고 나면 생각도 접고, 꿈도 접고 오로지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삶도, 가끔은 이 배처럼 포구에 몸을 누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한경쟁의 속도에서 내려와, 황금만능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마음을 내려놓고 오래도록 깊은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그 노인처럼 포구에 돌아와 긴 잠에 빠질 수 있는 그런 날들이 가끔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빨리 돌아가느라 몸도, 마음도 어지럽습니다. 현기증에 시달립니다.
내 꿈이 무엇이었나, 무엇을 하며 살고 싶었나,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유익한 일원이기는 한가.
이런 자기반성과 겸허가 없이 그냥 살아갑니다.

나는 가끔은 포구에서 쉬고 있는 한 척의 배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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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3-1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꾸고 있는 듯 보이는 배에 중전님의 생각이 덧붙이니 정말 멋진 시군요.^^

gimssim 2010-03-11 21:40   좋아요 0 | URL
한 장의 사진은 많은 말들을 합니다.
오늘 도서관에서 책 세 권을 대출했는데 모두 사진에 관한 책이었어요.
저으기 걱정되긴 하지만...

다락방 2010-03-1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구에서 (영국민요 The last rose of summer)
- 크로스오버 테너 / 임태경




가지마다 걸려 있는 은빛 달을 보았네
억새만 소슬한 밤길에 유령처럼 섰던 외로움
이어락 끊이락 다달은 추억 물진 포구 찾았네

귀에 삼삼 잠겨 드는 웃음소리 그리워
그대의 안부도 모른 채 즈믄 그날 다히 지누라

시절은 화살과 같아도 움직일 줄 모른 그리움
우리 언제 사랑했나 산협 아래 잠겼네
두고 간 눈물만 별처럼 오늘 밤도 반짝이누나
한 가닥 빛 없는 바람에 돌아 서던 발길 묶였네

가지마다 걸려 있던 은빛 달을 보았네
귀에 삼삼 잠겨 드는 웃음 소리 그리워
억새만 소슬한 밤길에 유령처럼 섰던 외로움
그대의 안부도 모른 채
즈믄 그날 다히 지누나
즈믄 그날 다히 지누나

다락방 2010-03-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임태경의 이 노래가 생각났어요. 음악도 올리고 싶은데 유튜브에서도 찾을수가 없네요. 가사만이라도 감상하세요.

gimssim 2010-03-12 21:2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사진에 꼭 맞는 노래를 찾으셨네요.
'그대의 안부도 모른 채 즈믄 그날 다히 지누나'
눈물납니다.
사실 현실에서 좀 고전하고 있는데, 영혼의 군더더기를 떼어내는 듯한
책, 음악, 영화...
주문한 이어령님의 <지성에서 영성으로> 책이 왔어요.
많이 기다려왔던 책이기도 해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비로그인 2010-03-1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쉬면서 들렸다가 갑니다. ^^.. 오늘 제가 잠시 읽으려는 책과도 뭔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제 생각뿐일지도 모르겠지만요 ~
날이 좀 풀렸죠? 편안한 토요일 되시길 빕니다.

gimssim 2010-03-13 21:32   좋아요 0 | URL
저는 예수쟁이라 이어령님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요.
언젠가 TV에서 잠시 봤는데 이분이 우리 시대에 사도 바울과 같이 쓰이실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오늘 하루종일 외출한 터라 아직 책은 서문만 잠시 봤어요.
다 읽고 리뷰를 올려볼까 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집중이거나 정열이거나 

이번 여행에서 건진 마음에 드는 사진 중의 하나입니다. 

집중이거나  

정열이거나 

언제부터인가 꼭 필요할 때가 아니고는 얼국이 크게 보이는 사진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어요, 

고백하지면 아마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서 부터인것 같아요. 

기분이 너무 업 되어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얘기하곤 합니다.  

'가서 여권사진 좀 찍어 봐.' 

기분을 가라앉게 하는 명약이지요(너무 고약한 취미일까요?). 

해 뜨기 직전이라 시야가 완전이 열린 상태가 아니긴 하지만 

카메라도 시원찮고 아직 초보 찍사인지라 깨끗하게 나오진 않았어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열중하고 있는 여행팀 스탭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도 하루에 이백 회 이상 점프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1월 1일 신문의 톱에 실릴 사진 역시 삼사 백장 중에서 건진 하나라고 하더군요.  

그런 프로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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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가요?

우리 부부의 삶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남편이 까까머리, 제가 단발머리 나풀거리던 때부터
굳이 사회학자 토인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어요.

그렇게 한 세월을 살아왔는데
세마나에 간 남편이 집에 오기 하루 전날 문자를 보내왔어요.
'다음 주엔 당신이 일주일간 쉴 수 있게 준비해라"
이 '무신' 황당한 시츄에이션인지 모르겠네요.
우리 남편의 사무실은 작은 도로 하나 건너에 있어요,
아무리 넓게 잡아도 500미터 반경안에 있어요.
그나마 집에 있는 시간도 많지요.
집에 있으면 남편은 방에서, 저는 거실에서 책을 읽습니다.
삼십 분즘 지나면 남편이 이렇게 소리칩니다.
"여보, 어딨어?"
"거실에."
그러다가 다시 한 삼십 분쯤지나면 다시 소리칩니다.
"여보, 지금은 어딨어?"
(톤을 조금 낮추고 어금니를 깨물며) "거실에."
이삼 십분 간격으로 제 위치를 확인합니다.
결국 제가 "그만 좀 찾아, 어디 나가면 얘기 할테니까."
으르렁 거리며 소리를 질러야 마무리가 됩니다.
아내를 무지 사랑하나보다구요?
그건 글쎄올시다이고, 제 친구들은 처음에 의처증이 아닌가 난리를 쳤어요.
그건 아니예요.
저를 찾는 건 집에 있을 때 뿐이지 어디 세미나나 강의를 가면 돌아올 때까지 전화 한통 없는 사람이죠.
그런 남편이 일주일씩이나 저 혼자 휴가를 가라니 제가 놀랄 만도 하지요.

근데 이건 무슨 조화인가요?
남편의 그 문자를 받는 순간, 메니큐어를 칠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바른생활사나이 옆에서 팔자에도 없는 바른생활아주머니로 살아온 반작용일까요?

(후기 : 남편이 돌아오고 정말 그 다음 주에 일주일 동안 혼자 휴가를 갔었어요.
잠오면 자다가, 책읽고, 음악 듣고, 글 쓰고...꿈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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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3-1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멋져요.
전 일주일이 아니어도 오롯이 하루만 저를 위한 시간 보냈으면 합니다.

gimssim 2010-03-10 22:50   좋아요 0 | URL
저는 달랑 둘이만 살아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가끔 1박2일 정도는 가볍게 가는 편입니다.
그 대신 나머지는 500미터 반경 안에서 살아야 한다니까요. ㅎㅎ

비로그인 2010-03-1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군요..


gimssim 2010-03-10 22:51   좋아요 0 | URL
남편분들 입장에서는 좀 그렇지요?
일주일이나 가출을 감행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