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는 배
제가 사는 동해안은 계속해서 날씨가 좋지 못하여
보름도 넘게 배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포구에 묶여있는 한 척의 배를 보았습니다.
뱃 머리는 바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구름 낀 하늘에서 잠시 태양이 얼굴을 내밀려고 합니다.
배는 바다로 나가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겠지요.
거친 바다와 싸우며 많은 물고기들을 잡는 것...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러나 바다에 나가기를 기다리며 잠시 포구에 몸을 내려놓고 있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배는 포구에 있을 때만 만선의 꿈을 꿀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일단 바다에 몸을 띄우고 나면 생각도 접고, 꿈도 접고 오로지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삶도, 가끔은 이 배처럼 포구에 몸을 누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한경쟁의 속도에서 내려와, 황금만능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마음을 내려놓고 오래도록 깊은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그 노인처럼 포구에 돌아와 긴 잠에 빠질 수 있는 그런 날들이 가끔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빨리 돌아가느라 몸도, 마음도 어지럽습니다. 현기증에 시달립니다.
내 꿈이 무엇이었나, 무엇을 하며 살고 싶었나,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유익한 일원이기는 한가.
이런 자기반성과 겸허가 없이 그냥 살아갑니다.
나는 가끔은 포구에서 쉬고 있는 한 척의 배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