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의 습관 -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힘
고마츠 야스시 지음, 한승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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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몇 쪽 읽자마자 청소, 정리정돈을 시작하게 된다. 나처럼 지저분, 너저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온, 정리에는 아주 젬병인 사람에게는 빛과 같은 책이다. 내 주위는 늘 정리가 안되고 금방 어질러지기 일쑤다. 뭘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그를 붙들고 몇박며칠을 함께 지내며 정리정돈 방법을 전수받기를 소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하나씩 버려가면서(줄여가면서) 정리를 시작하고 끝내는 법을 알게 되니, 정리 잘하는 사람을 귀찮게 할 일도 없게 되었다. 


늘 "바빠죽겠다"를 입에 달고 살며 온갖 일을 다해내는 우리엄마도 정리정돈은 참 못하신다. 그런 엄마를 닮은 우리집 딸들도 하나같이 정리정돈에는 약하다. 난 그 이유가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난 확실히 게을러서 그런게 맞으니까. 하지만 우리엄마는 부지런히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 그런 것도 아니고. 단지 정리정돈을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는 건지를 몰랐을 뿐인거다. 


참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하나씩 행동에 옮겨보려고- 아주 오래 미루어 두었던 옷방 정리를 시작했다. 거의 3시간이 걸려서 과감히 버릴 것 버리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이러다 정리의 달인 될라^^' 하는 착각까지 하며 옷방을 말끔하게 청소하고 나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물건에 대한 애착을 넘어 집착을 가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경종을 울려준다. 소비 위주의 생활에 대해 요즘 "생산의 기쁨"을 알려준 선배가 있는데, 그 이야기와도 서로 통한다. 한비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예전에 읽은 한비야,『중국견문록』에서도 중국생활을 마치며 어렵게 모은 책들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주고 가벼운 몸으로 돌아오는 모습에 좀 놀란 적이 있다. 책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내겐 그것이 무척 아깝고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 한비야의 가벼운 발걸음과도 닮았다. 이 책은.


늘 주위가 어질러진, 그냥 편하게 사는 게 좋다고 말하며 대충 사는 나같은 이에게 권하는 책이다. 내 삶이 달라질 기회를 준 책이다. 정리정돈의 고수로 거듭날 것이야 하고 큰소리 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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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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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의 『유이화』라는 책에 『능소화』의 작가 조두진이라는 광고문구가 요란하게 있었다.

『유이화』를 고를 때도 책소개에 『능소화』가 강조돼 있었고. 『유이화』를 읽고 나서는 

이 책,『능소화』가 더욱 궁금해졌고. 그리하여! 드디어! 읽었는데, 보통 전작보다 후작이 뛰어난 경우가 드문 편이지만 이건 후작이 훨씬 훌륭하다.


『유이화』는 꽤 괜찮은 작품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는데, 이 책은 상상력이 좀 별로다. 『유이화』는 역사가 반영된 현실적인 이야기라 그런건가,  『능소화』는 그저 운명론에 치우치고 좋은 소재를 그저그런 옛날 이야기거리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소재는 더 멋진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고 왠지 기대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데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대체 누구인지도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애초에 선정해 둔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비현실적인 상상의 산물이고, 그다지 큰 비중이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팔목수라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버려 재미가 확 줄어들어버렸다. 그러니까, 힘센 자가 이겨버려 이야기가 힘이 없어졌다는 느낌이다. 너무 운명론으로 몰아가다보니까 막 화가 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나약한 인간존재의 한계론을 논하려는 의도도 아닌 것 같고. 


작가의 책 두 권을 읽다보니 슬픈 이별을 했거나 슬픈 사랑을 해봤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절하고 애끊는 마음을 아주 잘, 정말 아프게 잘 그려낸다. 그런데 뭔가 아련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진실이 아닌 좀 억지스러운 전개가 흥미를 잃게 만든다. 역사를 전공해서 그런가 잘 알지는 못해도 고고학에 대한 관심도 많고, 건설현장에서 유적유물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되었다는 뉴스기사만 봐도 관심이 가고 왠지 설레는데 이 책은 그 설렘을 가볍게 무시해 주었다. 『능소화』의 작가 조두진의 『유이화』가 아니라, 그 반대로 광고해야 옳다. 작가에게 정말 실망이다. 그래도 『유이화』를 먼저 읽길 잘했다. 『능소화』를 먼저 읽었다면『유이화』라는 괜찮은 작품을 알게 될 기회조차 없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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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2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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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내게 참 와닿는다. 언젠가부터 국어로 밥먹고 살자 고 결심했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난 역시 언어가 좋고 제대로 구사하는 외국어 하나 없으니 까탈스러운 감각으로 국어라도 잘할 수밖에.


이 책은 비단 국어전공자이거나 국어로 밥빌어 먹고 사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읽어 공감하고 알아야 할 비슷한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를 담고 있다.
알기 쉬운 속담, 한자뜻, 등을 예로 들어 이해를 넓힌다. 잘 몰랐던 재미난 속담에 피식 웃기도 하고, 그런 한자를 쓰면서 만들어진 말이구나 싶기도 해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엇보다 저자들의 수긍할 만한 삶의 철학이 담겨있어 이해가 더 쉽다. 

그런데 한번 읽어서는 다 와닿지는 않는다. 그냥 가볍게 대충 읽어보는 식으로는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없다. 책을 끼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서 우리말의 미묘한 차이점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라야 맞겠다. 어느 부분은 헷갈리기도 하고 그런가보다 이해해주는, 그러니까 "그렇구나, 옳다구나" 하며 무릎을 치는 깨달음이 아니라, 이 책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맞는가보다 하고 다시 생각해보는 내용도 있다. 내가 이해력이 딸려 그런건지. 

이 책은 특히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번역가에게 특히, 유용한 것 같다. 우리가 너무 많이 '틀린' 말, 글을 쓰다보니 고쳐나가야 할 말글이 끝도 없을 것 같은데 전국민이 교과서처럼 읽어 최소한 왜 틀렸나 인식이라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말처럼 쉽고 확실한 언어도 드문데 우리 국민들은  왜 자부심을 갖지 않는지 안타깝다. 한글날도 다가오는데, 그 날도 국경일로 지정이 되었으면 좋겠고. 뭐 이런 내용이 나온 건 아니지만 본격국어공부(?)를 하다보니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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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구) 문지 스펙트럼 6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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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수능 모의고사 언어영역 지문에서 보았던 이청준, 「눈길」 그때도 참 좋다 생각했던 글이었는데 늘 마음에만 담아두었다가  이제야 찾아 읽었다. 

지하철 타고 갈 때, 돌아올 때 두번 읽었는데 두번 다 눈물을 질질 흘렸다. 공공장소에서 청승맞게도 꺼이꺼이 울었다. 

 제목도 어쩜 그리 서정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리고 주제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게 지었는지. 눈앞에 그려지는 눈길을 걷던 처연했을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과 몇십년 후에 어머니가 털어놓은 돌아오는 눈길에 눈앞이 흐려진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로 끌어가는 힘도 대단하다. 무척 자연스러우면서 심리를 꿰뚫는 치밀함을 느낄 수 있다. 우와 정말 대단한 작가다 새삼 놀란다.


 이 책은 눈길 외 여러 단편이 실려있다. 공들여 쓴 아주 힘있는 단편들이 손에 짝짝 달라붙는다. 

「선생님의 밥그릇」이란 단편은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단순히 선생님이란 직업적인 안주성에 대한 이야기일까 생각했는데 그 속에 가슴을 찌릿하게 하는 순수, 아름다움, 그리고 배려가 들어있다. 잠이 오지 않아 쉽게 잠들 방편으로 읽기 시작한 10쪽 짜리 분량밖에 안되는 짧은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모든 사람이 읽어보아야 하는 이야기이다. 좋은 선생님을 꿈꾸는 사람은 더욱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이 단편을 읽으면 "이청준 선생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선생이 살아계실 적 한번도 만나뵙지 못한 것이 아쉽다.


「치질과 자존심」은 지적인 통찰력을 보여준다. 표준어로 "과연" , 전라도 말로 "되차" , 미쿡말로 "I see" , 니뽕말로 "나르호도(일본문자는 잘모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현대의 불치병(?)이라는 치질,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서도 부끄러움 때문에 쉽게 드러내놓고 아파하지도 못하는 거시기(?)한 몹쓸 병과 그안에 숨어있는 인간의 자존심에 대한 언어학자의 논리가 절묘하다. 


스마트폰이 판치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이청준의 아날로그적인 이야기들이 그립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기다림이 당연한, 지극히 인간적인 그 시절의 이야기가 뭐가 그렇게 급한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무작정 바빠죽겠는 지금의 우리를 울린다. 지금이라도 스마트를 버리고 촌시럽고 무딘 세상을 가질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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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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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강마을을 그린듯한 표지의 울룩불룩 만져지는 거친 질감과 입체감이 기분 좋다. 차례를 펼치면 소제목들이 한편의 시처럼, 노래처럼 걸려있어 소리내어 읽어보게 된다. 독특한 소재로 동화같고 농담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강마을에서 즐거운 잔치가 벌어지는 중에 강노래 시리즈가 이어진다. 허, 참 오랜만에 떠올려보는 노래들이었다. 한때 '소양강 처녀' 라는 노래가 국민가요로 모든 연령층이 즐겨 불러서 덩달아 두만강, 낙동강 노래도 불려졌다. 귀동냥으로 앞구절만 알았던 그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여기 강마을은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가기를 바라는 남쪽나라, 유토피아인지도 모른다. 술에 취해 벌개진 얼굴로 목에 핏대올려 "인간해방"을 외치며  우리가 꿈꾸던 그곳.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나무로 불을 떼고, 당연히 TV도 없고 들고나는 교통수단이라고는 천상의 소녀, 새미를 보기 위해 소식통 역할을 자처하는 용석의 오토바이뿐, 기지국 따위도 없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핸드폰마저 불통이 되는 곳.

그곳에는 삼한(三韓)의 소도(蘇塗)처럼 사연많은 사람들이 흘러들어 누구도 그를 심판하지 않는 도망자들의 쉼터이자 피난처.

 

문명과 세속을 상징하는 조폭들과 온갖 산전수전 다 겪고 탈속의 숲에 사는 강마을 사람들의 낙원을 지키기 위한 한판 싸움이 코믹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내연기관으로 통일된 각종 기계문명이 점점 마을로 밀고 들어와 숲을 짓이기고 사람들의 삶을 뭉개고 말 것임이 안타깝고 서글프다. 마지막 남은 우리의 유토피아를 가만 놔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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