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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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강마을을 그린듯한 표지의 울룩불룩 만져지는 거친 질감과 입체감이 기분 좋다. 차례를 펼치면 소제목들이 한편의 시처럼, 노래처럼 걸려있어 소리내어 읽어보게 된다. 독특한 소재로 동화같고 농담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강마을에서 즐거운 잔치가 벌어지는 중에 강노래 시리즈가 이어진다. 허, 참 오랜만에 떠올려보는 노래들이었다. 한때 '소양강 처녀' 라는 노래가 국민가요로 모든 연령층이 즐겨 불러서 덩달아 두만강, 낙동강 노래도 불려졌다. 귀동냥으로 앞구절만 알았던 그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여기 강마을은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가기를 바라는 남쪽나라, 유토피아인지도 모른다. 술에 취해 벌개진 얼굴로 목에 핏대올려 "인간해방"을 외치며  우리가 꿈꾸던 그곳.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나무로 불을 떼고, 당연히 TV도 없고 들고나는 교통수단이라고는 천상의 소녀, 새미를 보기 위해 소식통 역할을 자처하는 용석의 오토바이뿐, 기지국 따위도 없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핸드폰마저 불통이 되는 곳.

그곳에는 삼한(三韓)의 소도(蘇塗)처럼 사연많은 사람들이 흘러들어 누구도 그를 심판하지 않는 도망자들의 쉼터이자 피난처.

 

문명과 세속을 상징하는 조폭들과 온갖 산전수전 다 겪고 탈속의 숲에 사는 강마을 사람들의 낙원을 지키기 위한 한판 싸움이 코믹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내연기관으로 통일된 각종 기계문명이 점점 마을로 밀고 들어와 숲을 짓이기고 사람들의 삶을 뭉개고 말 것임이 안타깝고 서글프다. 마지막 남은 우리의 유토피아를 가만 놔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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