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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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존속살해 기사를 봤는데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고 댓글 1위가 기억에 남는다. '어느 집에나 개새끼가 태어난다.' 이 댓글에 '좋아요'가 수 백개가 달려있었다. 내 60세 절친과 통화하면서 이 얘기를 하며 서로 공감했다. 둘 다 가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곡절 많은(?) 가족사를 거쳐온 까닭에 서로의 핏줄에 끼어있는 개새끼들 얘기를 하며 키득거렸다.

 

가족이어서 이해하기를, 용서하기를 강요받아 온 시간과 고뇌가 지금와서 보면 우리 형부네 동네(전주) 말로는 '머더러' 이다. 형부의 아내인 언니말로는 '멀라고' 이고. 그러게 뭘 그리 참으며 가슴 속에 켜켜이 묻어뒀는지. 8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바로 위 언니와 이런 얘기들을 곧잘 주고 받는다.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인 나는 잘 참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더만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내내 견뎌온 언니가, 이제는 속끓여가며 싫은 사람과 굳이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용케 잘도 지내왔다고, 그래 잘 생각했다고 말해주었다. 머리로는 나와 네가 다르지 않음을 알고 수행하고자 하나, 우린 뭐 부처도 성인도 아니니. 가족이라는 굴레로 코뚜레를 씌우는 이데올로기(?)에 그만 엮일란다.

 

이 책은 어느 집에나 태어난다는 개새끼 얘기다. 직접 단죄하는 것이 옳은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하는가.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강자에게 친하기 마련인 법 따위 너나 먹으라며 내 손으로 해결하려 들 듯싶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부모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너끈히 이해된다. 낭만적(?)인 누군가는 10대의 교화가능성을 주장하겠지만 성장통을 끙끙 앓는 중2병이 아니라, 악랄하기만 한 중2병은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여사 소설은 늘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재미 마저 적다. 그리 길지 않은 얘기를 너무 길게 늘여놓은 듯하다. '낙원'이라는 제목도 그다지 와닿지 않고. 작가의 말에 뭐라고 나와있긴 한데 공감하지 못했다. 어쩌면 '어디에도 없는' 곳을 말하기 위함일까.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주인공이 성경에 나오는 낙원 얘기를 슬쩍 들이미는데 이또한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야기의 발단이 된 히토시의 초능력(?)과 히토시의 엄마 도시코라는 인물이 마음에 든다. 그러고 보니 도시코 집안에도 개새끼가 있구나. 하아, 어느 집에나 있는(물론 없는 집도 있겠지) 강렬한 존재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병원에 안 오고 그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이 들어맞는 모순된 현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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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4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9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4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9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17-03-0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따분했던 작품이었다는...ㅠㅠ

samadhi(眞我) 2017-03-05 04:52   좋아요 1 | URL
다작하는 작가들이 대충 쓴 듯한 느낌이더군요.
책을 내기만 하면 팔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