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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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손에서 책을 놓고 멍하니 있다가 왕왕 울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 소름이 훅 끼쳐와 갑자기 한기가 든다. 숨이 차서 숨쉬기가 힘들다. 김숨 작가가 숨을 쉬게 하지 않고 숨을 막히게 하는구나. 답답한 내 속을 누가 좀... 울먹이며 가슴을 쥐어뜯는다.

 

영화 [귀향]에서 영상으로 직접 보았을 때보다 책을 읽고 그려지는 장면이 더욱 선명해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갈 때마다 이가 갈리고 한숨을 푹 내쉬며 "끙" 신음소리를 물었다. 어쩔 줄 몰라 책을 잡은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손을 꽉 움켜쥐고 있다.  

 

세상에, 기껏 초등학생, 중학생 나이의 어린 여자아이들이다. 가난으로 배곯는 순진한 시골 구석 아이들을 속여 데려다가 또는 무작정 잡아가, 짐승에게도 하지 못 할 짓들을 시키고는 없었던 일, 지난 일로 하자고 한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분들을 따뜻이 감싸주지 못할 망정 온갖 망언으로 상처를 후벼판다. 50년이 지나서야 어떤 마음으로 힘겨운 고백을 하셨을지 그래, 당해 보지 않은 당신들이 어찌 알까마는 인간에게 있는 거룩한 마음, 공감을 내어주지 못 하는가. 그저 운이 좋았을 뿐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분들과 똑같은 고통을 겪었으리라.

 

지금은 고향이라는 말에 특별한 의미가 없지만, 자기가 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그때 사람들에게 고향은 엄마와 같은 말이었을 것이다. 하물며 자기 동네 말고 바깥으로 나가본 적 없는 시골 여자아이들에게 어떠했으랴. 새삼 [귀향] 이라는 영화 제목이 와닿는다.

 

그 소녀들이 가장 먼저 배운 말이 "이럇샤이 마세(어서오세요의 일본말)" 라니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자신에 대해 느끼는 맨 처음 감정이 수치심이라고 한다. 그네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애꿎은 자신을 책망한단 말인가. 열 서너 살에 성장을 멈추어 버린 소녀할머니들 마음은 무엇으로 위로받을 건가. 무엇으로 되살아 날 건가.

 

읽기만 해도 그 일을 내가 당한 듯 몸이 아려오고 밑이 빠질 것 같고 얼굴이 부어오르고 불에 지진 듯 아프다. 읽기만 했을 뿐인데도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데 글을 쓴 작가는 어떠했을까. 어휘 하나 고르는 데에도 조심스러워 말을 고르고 골랐을 작가가 존경스럽다. 아프고 아프다. 제발, 이 아픔을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치유해 나가야 하겠다. 날치기로 강행한 그들만의 합의 따위 집어치우고 일본정부에게서 정식으로 공식 사과를 받아내 그분들 억울함, 설움,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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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7-01-04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입니다. 새벽에 혼자 펑펑울었습니다. ㅠㅠ

samadhi(眞我) 2017-01-05 07:16   좋아요 0 | URL
시이소님 댓글만 봐도 다시 눈물이 핑 도네요.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을 조금 알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