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서평을 페이스북에도 공유하는데 페이스북 친구인 선배랑 며칠 전 수다떠는데 내게 독서모임에 함께 할 것을 권유했다. 독서모임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얘기(?)를 더 많이 한단다. 그리고 교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어릴 때부터 집에만 오면 이것저것 시켜먹는 교사인 언니들을 보며 자란 부작용(?) 때문에 교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모임이 끌리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로 먼저 본 것도 있고 하여 딱 한 번 가보자 싶어 모임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도 험난하다. 버스를 갈아타고 한 시간 여, 초행이라 길을 잘못 들어 헤맸다. 도착하기 전까지 내키지 않는 기분에 투덜거리면서 갔다.
오모나. 이렇게 즐거울 수가. 수다쟁이인 내가 과흥분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이 정말 착하다. 그 선배랑 내가 쏟아내는 쓸데없는(?) 말들에 웃어주는 누긋한(누긋하다: 성질이나 태도가 좀 부드럽고 순하다.)시간. 진지하면서 보드라운 눈빛들이 얼마나 고팠는지. 동아리 이후로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고 진심을 담은 공간, 사람들을 처음 만난다. 마치 집단상담을 하는 것도 같다. 대학 때 상담자가 되자 마음 먹고 한동안 집단상담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동아리 전수 때도 두 번이나 집단상담을 학습에 넣기도 했다.
사람들 함께 모여 얘기나누다 보면 책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그리운 신영복 선생님 얘기도 하고. 『배를 엮다』에서 관람차 데이트 얘기 하다가 관람차의 정식 명칭을 『사이더 하우스』에서 읽은 기억이 있어 페리스 휠 이라 부른다는 얘길 했더니 선배가 영어 쓴다고 갈궜다. 『배를 엮다』가 사전이야기여서 여러 사전 이야기들도 나오고. 내가 제일 갖고 싶어하는 한민백(한국민족대백과사전)을 실제로 가진 선생님도 있고(우와 좋겠다.) 그분이 걸어오신 길과 내 관심사가 비슷해서 염치없이 졸졸 따라다니겠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빈대붙는 그것도 착 달라붙는 버릇을 노출한다. 예식을 동네잔치처럼 야외에서 공연하고 먹고 마시며 하려고 구상하던 시기에 전라도닷컴이라는 신문에서 그런 예식을 한 사람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동영상도 봤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당사자였다. 으앗 깜짝이야. 세상 참 좁구나.
모여유 라는 이름은 유월대-한총련보다 더 강성이었던(?) 남총련의 선봉대(?오월대와 더불어)- 대장이었던 천안 출신 선배가 아주 급박한 상황에서 쇠파이프를 들고서(?) 자기 동네 말-"모두 모여유"-을 해버려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우리 동아리에서는 유명한 일화인데 거기에서 따왔음을 짐작했다. 모임 이름 듣고 선배 주체로 가는 분위긴가 싶어 불안했는데 책도 안 읽어 오고 큰소리(?)치는 똥배짱(?)선배와 나 빼고 교사인 모임인데도 위화감이 없어 가만히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웃음짓는다. 광주가 참 좋다. 행복하다. 이런 데 끼워줬으니 돈내. 라고 선배가 찬물을 끼얹었지만 언제나처럼 가볍게 무시해주고. 모임이 한 달에 한 번 뿐인것이 아쉽다. 더 자주 만나고 싶다. 숨통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