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검 애장판 세트 - 전6권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김혜린의 만화를 얼마나 좋아했던가. 김혜린이 더이상 작품을 내지 않는 것이 아쉽고 아깝다. 언제라도 작품을 내주길 기다리고 있다. 역사의식이 투철한 진짜 작가. 만화가 아닌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김혜린의 만화는 단순히 그림이 아니고 소설이다. 한 편의 대하소설.

 

오랜만에 다시, 『불의 검』을 집어든다. 10년도 더 전에 산 책들이라 군내(?)라고 해야 하나. 오래된 냄새가 묻어있다. 벌써 몇 번째 읽는 지 세는 것도 까먹었다. 몇 년 동안 읽지 않다가 오랜만에 읽었더니 새록새록 감상이 일어난다. 역시, 김혜린. 하고 엄지를 들어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끔씩 읽고 나면 힘이 불끈 솟는 책이다.

 

불의 검. 제목만 들어도 비장하고 멋지다. 김혜린의 작품은 어느 것이나 비장미가 스며있다. 그리고 언제나 약자(?)들의 투쟁사가 꼼꼼하게 그려져 있다. 만화에서 문체를 얘기한다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문학성이 가득하다. 대사가 마치 시어 같다. 지금은 잊혀지고 있는 민족성. 어찌보면 독립전쟁사라고 할 수도 있겠다. 불칼, 철기를 얻기 위한 투쟁. 그 속에서 속절없이 스러져간 숱한 민초들의 귀한 목숨을 기억하자고 한다. 역사는 언제나 이긴 자의 기록이지만, 그 승리를 위해 이름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하 많았음을 잊지 말자고.

 

김혜린이 그려내는 인물들은 너무 용감무쌍하고 빡세게 살아서 나같은 범인(?)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으리란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반면에 다른 일반적인(?) 영웅들과 달리 약점을 고스란히 안고 그것을 인정하는 솔직함이 지극히 인간적이다. "사람"의 얘기를 하고 싶어하니까. 온 마음을 다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며 가슴이 콩닥거린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을 다 말해버려서 절필(?)같은 걸 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작가의 진심이 담겨있다. 그래도 아직 못다 들은 말들이 많아 마냥 기다리고 싶다. 이것도 저것도 듣고 싶고...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있다고 아직똥 멀었다, 졸라대고 싶다.

 

겉으론 순정만화인 것으로 되어있지만, 다 큰 어른들의 얘기다.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 될 줄 알았던 어린시절, 우러러 봤던 진.짜. 어른들의 고뇌를 그려냈다.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떻게 하여 우리들에게 불칼을 전해주었는지... 가지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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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9-0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저도 이 만화 읽었습니다.
정말 만화에서 문체를 이야기하는 게 엉뚱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다른 문학 작품보다 문학성이 뛰어나서 놀랐습니다.
이별`를 이 작가는 별리`라고 하더군요....
그 묘한 가냘픈 그림체와 별리;라는 문체가 만나면... 뭐 게임 끝이죠....
아마 이 작품은 희귀의 걸작이 되지 않을까요. 진정한 걸작임...

samadhi(眞我) 2015-09-07 16:15   좋아요 0 | URL
이른바 ˝순정˝만화를 읽지 않는 남성독자도 읽는 게 김혜린의 작품일 거예요. 우리 남편부터 남편의 친구들까지 읽게 되었지요. 그 덕분에 제 책이 더 낡게 되었지만요. ㅠㅠ

걸작이어서 그 뒤 작품을 내지 않나봐요. 김혜린은 처녀작부터 어리숙한 맛도 없이 너무 훌륭했으니까요. 대단한 사람이지요. 김혜린은 차기작을 내놓아라!! 라고 작가의 집 앞에서 시위라도 할까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7 17:23   좋아요 0 | URL
아마 장인 정신이 빚어낸 최고의 작가가 아닐까요 ?
비교할 만한 작가가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쉽게 말해서 그냥 아트만화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고증에 꽤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솔까말, 요즘 역사 드라마보다 더 사실적이라고나 할까요....
뭔가 리얼리티가 이씀.... 참.. 특이한 만화입니다.


작가가 몸이 약하다고 하죠 ? 이 작가가 작품을 내놓지 않는 것은 범죄이지만
작품 때문에 몸이 더 약해지신다면 걱정이므로 ... 저는 더 내놓아라, 라고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혹 모르죠... 최대의 대하 걸작을 남몰래 작업하고 계시는 줄도 모릅니다. ㅎㅎㅎ

samadhi(眞我) 2015-09-07 17:57   좋아요 0 | URL
그래서 드라마로 제작되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비천무 영화를 망가뜨려놓은 거 보면(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안 봐도 빤~해서 ㅋㅋ) 드라마 제작자가 망치느니 만들지 않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냥 쉽게 만화는 수준이 어쩌고... 할 수 없게 만드는 작가지요. 학창시절부터 제일 좋아한 작가예요. 건강하고 짱짱(?)해져서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김혜린 작품 보고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