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좇아서가 아니라 우리 낭군이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캠핑을 시작했다. 소주 댓병 하나 들고 지리산에 오르던 선배 마냥 가볍게 떠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룻밤 한 데서 자는 짐이 많기도 하다. 캠핑 시작 후 주말 마다 계곡을 찾는다. 취사 숙박이 가능한 곳이 드물어 여러 곳을 찾아 헤맸다. 있을 것 다 있는 오토캠핑장 같은 곳은 가지 않고 오직 나무와 바위와 물이 있는 곳, 가능하면 사람들이 적은 곳으로만 떠돌자고 하고서 마땅한 곳을 찾기가 힘들어 3주 째 같은 곳에서 묵었다. 우린 둘 다 모든 게 뜨겁고 불쾌한(?) 여름바다를 싫어해 오직 계곡!만 외친다.
놀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찾아와 오후 늦게까지 있던 사람들이 떠나면 가슴을 씻어주는 물소리만 들린다. 밤이면 물소리가 더 크게 들려와 깊이 잠들지 못해도 피로한 줄 모르겠다. 전국 휴가 인파가 몰린 지난 주엔 밤이면 고요해지던 이 곳에도 하룻밤 묵어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맑은 물에 물놀이 양씬 하려던 포부(?)는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쪼그라들고 만다. 냉기에 손발에 쥐가 나는 것을 참아내다 결국 뭍으로 나오고 만다. 그러고는 둘이서 "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네" 하고 마주보며 씩 웃는다. 그냥 보기만 해도 히야~ 좋구나, 좋아. 마냥 다 좋네 그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의 너른 품으로 달려들 주말만 기다린다. 머릿속에 온통 캠핑 생각 뿐일세. 이 곳이 어딘지는 알려주지 않을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