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좇아서가 아니라 우리 낭군이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캠핑을 시작했다. 소주 댓병 하나 들고 지리산에 오르던 선배 마냥 가볍게 떠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룻밤 한 데서 자는 짐이 많기도 하다. 캠핑 시작 후 주말 마다 계곡을 찾는다. 취사 숙박이 가능한 곳이 드물어 여러 곳을 찾아 헤맸다. 있을 것 다 있는 오토캠핑장 같은 곳은 가지 않고 오직 나무와 바위와 물이 있는 곳, 가능하면 사람들이 적은 곳으로만 떠돌자고 하고서 마땅한 곳을 찾기가 힘들어 3주 째 같은 곳에서 묵었다. 우린 둘 다 모든 게 뜨겁고 불쾌한(?) 여름바다를 싫어해 오직 계곡!만 외친다.

 

놀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찾아와 오후 늦게까지 있던 사람들이 떠나면 가슴을 씻어주는 물소리만 들린다. 밤이면 물소리가 더 크게 들려와 깊이 잠들지 못해도 피로한 줄 모르겠다. 전국 휴가 인파가 몰린 지난 주엔 밤이면 고요해지던 이 곳에도 하룻밤 묵어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맑은 물에 물놀이 양씬 하려던 포부(?)는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쪼그라들고 만다. 냉기에 손발에 쥐가 나는 것을 참아내다 결국 뭍으로 나오고 만다. 그러고는 둘이서 "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네" 하고 마주보며 씩 웃는다. 그냥 보기만 해도 히야~ 좋구나, 좋아. 마냥 다 좋네 그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의 너른 품으로 달려들 주말만 기다린다. 머릿속에 온통 캠핑 생각 뿐일세. 이 곳이 어딘지는 알려주지 않을테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5-08-06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소리 시원하네요.. 저도 이번 휴가에 개 데리고 계곡 가서 놀았씁니다. 개 엄청 좋아합니다. 레트리버종이어서 물을 원래 좋아하더군요. 저도 미지근한 바다 보다는 산 계곡이 좋더라고요... 여름 바다에서는 오줌 냄새가 납니다.. 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08-06 09:20   좋아요 0 | URL
개 데려온 다른 사람들이 개 수영 시키는 거 봤는데 헤엄 잘 치더라구요 귀엽고 장합디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8-06 10:48   좋아요 0 | URL
우리집 개는 십원 계곡물에 던지면 그거 건져나옵니다. 너무 웃겨서 계속하다가
이러다가 익사당할까봐서 그만 뒀습니ㅏ ㅋㅋㅋㅋ 원래 이 종이 레트리버`아닙니까. 강(리버)에서 올라오는 숭어 잡아다가 주인에게 주는 일을 했다고 해서 리트리버라고 한다고 하네요..

samadhi(眞我) 2015-08-06 10:58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유래가 있군요 오호오호 기특하네요 그런 거 보고 있으면 이뻐서 찡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