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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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아리 입회식 때 불렀던 내 입회가(?) 제목이다. 재수할 때 한동안 불러대던 여행스케치 노래였는데 입회가는 평생 간다는 얘길 듣고 그 중에서 차라리 "별이 진다네"를 불렀더라면, 하며 뒤늦은 후회를 해 보았지만.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이 소설, 『모순』은 예측불허, 변화무쌍한 삶을 노래한다.

 

고등학교 때 내가 좋아했던,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단발머리를 한 여고생들 틈에서 존재감 없는(?) 나를 귀여워 해주었던(?) 문학 선생님이 대학 동기라고 하였던 양귀자. 양귀자 소설을 참 늦게도 읽는다. 『원미동 사람들』도 몇 년 전에야 겨우 읽었는데 그 책은 너무 늦게 읽어서(늦은 나이에) 아쉬움이 컸다. 조금 더 어릴 때 읽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시인 이야기는 좋았다.

 

대학 때 선배들 보러 자주 놀러갔던 노동문제연구소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을 찍어놓고 이제서야 읽었다. 그래도 이 책은 그리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팍팍하고 고단한 우리네 인생살이를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낸다. 주인공의 이름부터 제목을 드러낸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나같아서 싱숭생숭해졌다. 나도 그리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언제나 불안한 내 기분은 그래서일까? 등장인물 모두 제각각 모순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이 소설을 천천히 읽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의도를 몰랐지만 재미있어서 아껴보느라 일부러 느리게 읽었으니 처음부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한 셈이다(?) 오랜만에 읽은 90년대 소설의 흐름이 빠르지 않아 참 좋다. 오랜만에 등장한(?) 공중전화도 반갑고 집전화로 약속을 잡고 상대방의 전화를 기다리는 모습을 떠올려보니 설렌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기다림이 있던 시절이 가끔 그립다. 가난이 일상이고 가난이 자연스럽고 당연했던 그 시절, 사람들은 조금 더 수줍어했던 것 같다. 웬만한 것은(어느 만큼인가는 상황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참을 만했고 그럴 만했다.

 

오래 전 하염없이 걷던 어스름한 어느 저녁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던 그때. 마음 속이 어지럽고 불켜진 학교 건물이 가막소(?)같아 보였다. 개폼을 잡으며 시를 읊어 보기도 하고 아무것도 보이는 것 없이 그저 눈을 뜨고만 있는 것 같았던 그날의 푸른 저녁빛을 작가도 보았나보다.

 

양귀자의 글에서는 사람냄새가 나서 당신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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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전 양귀자 소설을 한번도 안 읽어봤네요...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5-05-21 12:10   좋아요 0 | URL
인간미가 있어요. 서민들 얘기를 하니까 좋아요. 공지영은 있는 집 자식이었는지 자기가 사람들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딱 한 권 읽어보고 짜증이 났었고, 신경숙은 진부하고. 그나마 박완서, 박경리를 잇는 여작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