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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이 노래가 생각난다. 어려서 가사를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한 두 소절 흥얼거렸던 것 같은데 이 오래된 노래가 절로 나오는 소설이다. 처음으로 이 노랫말을 끝까지 살펴보았다. 참 좋구나! 그때만 해도 노래가 시였거늘...
나는 외로움
나는 떠도는 구름
나는 끝없는 바다 위를 방황하는 배
그댄 그리움
그댄 고독한 등대
그댄 저 높은 밤 하늘에 혼자 떠 있는 별
....... 중략
프랑스 기자 출신 작가가 일본의 신문기사를 보고 떠올린 독특한 상상의 산물이 이리도 쓸쓸하게 한다. 프랑스 느낌과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섞여 일본 소설같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고독을 말해주는 회색빛이 물씬 느껴진다. 상상만 해도 잘못한 일을 들킨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처럼 조심성 없는 사람은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내가 있었던 자리는 언제나 티가 나니까.
살며시 개울에 띄운 나뭇잎배가 일으키는 고요한 파문같은 소설. 이라고 하면 좀 거창한가. 외로운 두 영혼의 불편한(?) 만남. 서로를 이해하는, 뭔가 특별한 눈빛을 기대해보기도 하는데 그건 또 사족일테니.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있을 법도 한 일 일지도 모르지. 일본에 가 본 적도 없고 일본을 잘 모르지만 매체를 통해서 본 일본식 집과 그 주변 마을이 그려져 쓸쓸한 느낌을 더한다. 현대사회의 이야기지만 아주 오래된 이야기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 짧은 눈빛으로 서로 위로받을 수 있었을까.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은 사이여도 마음이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자가 몰래 맞았던 따스한 햇살, 언제 사라질 지 모를 그 조마조마한 햇볕이 둘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 같다. 세상은 그저 웃기는 일로 치부하고 떠들어댔겠지만, 그 둘은 알겠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세상 속 누군가도 느꼈겠지. 너와 나는 외로움이라는 것을. '그래, 내 그 마음 다 안다' 하고서 다독이며 살아가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