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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와!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너무너무너무 재밌어서 책을 펼쳐 들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1~2권 통틀어 725쪽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래도 되는거냐고. 이렇게 이야기를 재미나게, 빨려들게 만들 수 있냐고. 날카로운 이야기꾼이다. 작가가 소설 속 주인공인 마사코와 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 소설에 감동을 할 수도 있구나. 그 감동이란 작가에게서 느끼는 거지만 예술성도 담겨있다고 본다. 이런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좋아해 엄청나게 보면서도 범죄자의 심리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작가는 그 심층을 파고든다. 그 심리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 작품만으로 전작주의 작가로 정하게 됐다.
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삶의 가장 밑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져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절망만을 안고 살아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늙고 한물 간 창부가 어느 폐광촌에서 부르는 쓸쓸한 노래처럼, 통속소설이었던 『가시나무새』의 여주인공이 사랑을 잃고 자신을 내팽개쳐 버리듯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버리고 싶은 마음. 어쩌면 그것이 유일한 구원이기라도 하듯 새로운 꿈을 꾼다. 이 소설에 나오는, 참을 수 없이 공허한 마사코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이육사의 시,「절정」 중,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절벽 끝에 선 네 여자에게 곪아 터져서 결국 벌어지게 된 사건을 통해 각자의 현실과 사건에 대처하는 생각들을 풀어놓았다. 수중에 돈이 없어서 당장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그렇게라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류에서 놓여난 주변인들의 이야기. 치열하고 초라하고 쪼잔하고 그렇지만 또 그게 삶이고 어쨌든 살아가야 하는, 지지리도 궁상맞은 형편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인생들의 이야기이다.
야간에 서서 도시락 포장하는 풍경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다. 그것을 다른 작업과 비교하는 부분 또한 절묘하다. 욕실에서 작업(?)하던 요시에와 마사코의 대화를 읽다가 갑자기 강제구 영화, [공공의적]에서 자상(刺傷)에 대해 자세하고 꼼꼼하게 설명하던 유해진과 이문식의 능청스러운 대사와 행동이 떠올라 쿡쿡 웃었다. 생활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대화가 이렇게 와닿다니. 어지간히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얘기다. 이야기 곳곳에서 작가의 내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면 이 작가처럼 글을 쓰고 싶다. 책을 다 읽은 뒤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잠이 오지 않는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이 안 될 만큼 아주 진한 여운에 사로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