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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 생각만 하여도 가슴벅차오르는 뜨거운 기운. 고등학생 딸을 두었다면 그 딸의 나이 만큼 잊고 지낸 이름일 것이다. 딸을 위한 통쾌한 복수극이기도 하고 그를 위한 아빠의 회춘가(?)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힘든 훈련을 거치는 모습을 보며 여름 내내 땡볕에서 하루종일 탈춤 연습을 하고 밤새 술을 푸고도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시골진흙길을 온몸으로 기어다니던 여름전수 생각이 났다. 연습중간 한낮에 해를 향해 누워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을 놓고 자던 낮잠이 얼마나 달았는지.
좋아하는 배우들 때문에 몇 년 전 영화를 먼저 봤다. 영화보다는 책을 권한다. 이방인, 주변인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을 재일교포 3세인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가볍고 유쾌하다. 일상에 지치고 자신이 무력하다 여겨질 때 읽으면 "으쌰으쌰", "후끈후끈", "분기탱천"하여 싸움본능이 피어날 지도 모른다. 갑자기 활력이 솟아 어디라도 뛰어다니고 싶어질 수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기운찬 고등학생들의 발랄함이 용기를 준다. 뭐 이런 겁없는 녀석들이 다 있지?
수련이란 고달프기도 하지만 징글징글한 통증이 짜릿짜릿하기도 하다. 그래서 중독을 일으키기도 해 이 고통을 더 연장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몸과 마음을 닦는 일에서 멀어지는 순간, 우리는 주체를 잃고 만다. 왜 사는지를 잊고 무엇을 입에 넣고 무얼 하며 사는지 무감각해지는 그때 자신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늘 깨어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