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평화 발자국 9
김수박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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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 발"님의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차마 받을 수 없다고 하고서는 막상 책이 도착하니 무척 기뻤다. 만화책이라 더욱 좋다. 만화책을 본 지가 좀 됐다. 만화책 안 읽은 게 별로 없어서 만화책을 빌리러 가거나 만화방엘 가면 읽을 게 없을 정도이니 보통 사람보다야 얼마 안됐겠지만. 자주 이사를 다녔는데 만화가게마다 단골이어서 이사갈 때마다 주인이 섭섭해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난 직후라 책내용이 더 와닿는다. 그동안 안타까워했지만 남의 일로 여겨왔던 피해노동자(마땅한 호칭을 모르겠다.)들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제는 더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라고 친구들, 선배들, 식구들에게 동영상을 보내며 종용한다고 남편이랑 다투기까지 했다. 각자의 선택이라는 남편과 그 이전의 문제라는 내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지만. 전국민이 삼성의 실체를 알았으면 좋겠다. 며칠 새 나도 잘 몰랐던 얘기들을 보고 들었다. 화가 나고 열받고 이해할 수 없어 입만 벌리면 욕이 줄줄 샜다.
 
만화책이라 금방 읽힌다.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 눈에 잘 들어온다. 어릴 때 교과서에 나온 파충류 사진이 너무 징그럽고 무서워 만지지도 못했다. 이건희, 이재용이 실물과 너무 닮아서 욕지기가 마구 치밀어 올라 참느라 욕봤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 만지게 됐을 때 파충류 사진을 만진 것처럼 진저리를 쳤다. 아쉽게도 내가 좋아라 하는 심상정 의원은 별로 안 닮았다(?) 작가가 이건희 부자는 그릴 기회가 많았겠지만 상정언니야를 굳이 그릴 일은 별로 없었을거라 짐작해본다. 
 
영화 보는 내내 슬픔과 분노로 곡을 했다. 난 흐느껴 우는 법을 잘 모르니까. 그래도 나이 먹었다고 영화 끝날 때까지 좀 참았다. 영화를 함께 만든 사람들 이름이 올라갈 때는 참을 이유가 없어서 터뜨렸지만. 김기덕 감독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이후로 처음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일어서지 못했다. 황유미씨가 죽는 장면은 만화책을 다시 봐도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이렇게 아픈데 가슴에 대못이 박힌 부모 마음은 어땠을까. 
 
함께 영화를 보았던 친구도 백혈병력이 있는 친구다. 그동안 원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나본데, 영화를 보고 나서 화학약품을 꽤 다루었던 전 직장에서 발병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남의 일이 아니구나 새삼 자각을 하게 된다. 지금도 어느 사업장에서 병마들이 꿈틀대고 있을 지 모르는 일이다. 어설프게 행정법을 공부해봤지만 몇 가지 판례만 보아도 공무원이 출퇴근 중에 다치거나 죽어도 직무상 과로로 인정해 국가가 손해배상을 인정한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사업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리면 산재가 틀림없을 진대 그걸 아니라고 하시면(?) 어이한단 말이냐고. 그것도 한 두 사람이어야 말이지.(너무나 당연해 말하는 게 입아픈 일이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근로복지공단의 행태다. 아무리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이 나라라고 하여도 정말 이건 도가 지나치다. 충격 그 자체다. 삼성왕국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구나. 국민 전체의 자각이 시급하다. 자본에 종속된 소비자가 허상을 깨고 주체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떴으면 좋겠다. 어차피 지금의 정치권과 사법권은 파랭이(?) 왕국과 한통속이라 늘 속아왔고 믿을 게 못되니 진실을 찾는 우리들의 힘이 첫째고 전부이다. 황상기씨의 용기있는 싸움을 보며 배운다. 아버지는 강하다.
 이젠 가짜왕국이 무너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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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2-21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한국의 현실입니다.
그 조막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을 손수 증명하는 게 바로 삼성이죠.
만화가 보면 참.. 위대한 장르예요. 정말 제9의 예술입니다.

samadhi(眞我) 2014-02-21 08:35   좋아요 0 | URL
모두가 자발적(?)으로 엎드려서 가려주니 지들 발아래로 보는데요.
21세기에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우리나라 현실이 실감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한때는 책이 엮이자마자 필사해가며 모든 책을 섭렵해 읽어왔던 우리 조상들의 후예답지 않게 책 참 안 읽는데 만화책이라도 읽어야 할텐데요. 만화를 즐겨 읽는 어른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다음 웹툰, "곱게 자란 자식" 혹시 알고 계신가요? 그거 정말 명작이예요. 작가의 전작도 골 때리게(?) 웃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