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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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함께 해 왔던 많은 도시와 자연과 구조물들이 점점 유적지라는 이름으로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조금만, 조금 더 멀어지면 아마도, 이 책의 제목처럼 사라져버려 더 이상은 찾을 수 없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보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들은 운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디지털 텍스트의 시대이고, 비록 나는 종이로 보았지만 누군가의 어딘가에는 디지털 방식으로 아카이빙될테니, 그 이름을 잃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이름을 잃은 곳도 많을 것이다. 인간이 키워 낸 테크놀로지는 이들의 존재를 지우는 대신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기로 한 듯 하지만, 그것은 최근의 일일 뿐, 다만 얼마 전까지는 기억도 하지 못한 채 너무나도 많은 것을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라져가는 도시, 자연, 구조물을 두 세 장의 지면에, 그나마도 큼직큼직한 사진 몇 장과 지도를 함께 실어, 어찌보면 불친절해 보일만한 구성을 갖고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빽빽하게 소개하면 좋으련만, 이 책은 많은 부분을 덜어낸 채, 간결하게 소개하고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돋고, 역마살을 자극하는지도 모르겠다. 꼭 가 보리라. 비워진 여백을 내 발과 눈으로 채우리라.

좋은 책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이미 지워져버린 많은 빈 공간 사이에 군데군데 자리잡은 텍스트는, 묘한 독서의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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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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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세희 선생이 타계하셨다. 코로나 감염 이후 후유증으로 앓으시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는 기삿글을 읽었더랬다. 그 때문에, 방학하고 나서 처음 손에 쥔 책은, 1995년도, 문학반 선배이던 92학번 용준이 형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었다.



난쏘공이 사회에 던진 문제 의식은 여전히 유효한가. 참 어려운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 사회는 이제 당대의 문제 상황을 꽤 많이 극복하고 해소한 듯 싶다. 가장 큰 변화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 그로 인한 정보의 실시간 생산·공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 나오는대로, 노동자가 연대하기 위해 조직하고 시위하는 방법은 이제, 웹 사이트 공간에서 인간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존엄을 위한 연대는 이익을 키우기 위한 파업을 덧입고 있고, 존엄을 누리고 지킬 필요가 있는 개인은 점점 파편화되며 소외되고 있다.


재벌, 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 또한, IMF를 거치며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진 이후에는, 기간 산업의 유지 및 시너지를 위한 옹호의 목소리로 점차 커지고 있다. 오히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 '귀족 노조'라는 프레임이 꽤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일이다.


그럼에도, 연작 이야기 속에 담긴 주제의식은 여전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차이라는 껍데기 속에 숨어있는 차별과, 차별의 속내를 차이라는 껍데기로 포장하는 위선은, 간간히 언론과 웹 사이트를 통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더 나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희생의 '강요'는 아직도 통용되는 강력한 메시지인 바, 누군가는 아직도 원하지 않는 희생을 강요당하며 '꼰대력'에 치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누군가는 희망을 잃고, 누군가는 일 한 만큼의 댓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사회의 수준은 올라갔다 인정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그리고 그 소외는 조종이 되어 사회를 울릴 때에만 잠시 되돌아 볼 뿐, 종소리가 그치면 다시 일상의 분주한 발걸음과 몸놀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상하기만 하다.



물론, 사회의 진보는 느리다. 자유와 평등, 박애를 외치며 대혁명을 일으킨지 이백년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자유와 평등, 박애의 가치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무엇을 해야하는지 토론하고 논쟁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가치를 다만, 1970년대 개발독재가 가진 그림자를 반추하는 것으로만 두기에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들여다 볼 공간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금씩 조금씩 진보해가는 사회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더 빨리 더 많이만 이야기하는 것은 급해 보인다. 사회의 진보와 변화에 대해 토론과 논쟁을 이어가며 더 나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난쏘공이 던지는 주제의식은 조금씩 우리 삶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그 때까지,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비록 희미해지얼정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다시 난쏘공을 손에 들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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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기반 수학 -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업 설계
제니퍼 창 워썰 지음, 신은정 옮김, 권오남.최태영 감수 / 경문사(경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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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학에 관심이 많고 교실에서 수학을 배우도록 안내하는 입장에서, 특히 개념과 원리보다 방법과 적용 중심으로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가진 어려움을 줄곧 보아온 터라 -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어려움을 여전히 방법과 적용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 과연 이 책은 어떤 인사이트를 줄 것인가 기대하며 방학 후 첫 책으로 골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개념 기반 수학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사 나름의 템플릿을 설명하며, 개념 기반 수학 수업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템플릿은 범용적이지 않아 보이며, 수학적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듯 합니다. 무엇보다 예시가, 우리나라의 사례로 적용하기 쉽잖습니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이미 사교육 안에서 어마어마어마한 문제풀이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거대도시 한 가운데 위치한 학교 어린이들이라, 이미 저희 6학년 교실에는 중 2, 중 3, 심지어는 고등학교 수학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특수한 상황 아래 적용하기 쉽잖은 템플릿과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터, 책은 생각보다 집중력 있게 접근하기 쉽잖습니다.


그럼에도, 수학 개념 기반 수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유와 궤는 조금 다르지만, 수학적 개념을 기반으로 배움이 이루어져야 개념을 확장하며 방법과 적용을 단단하게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개념 이해 없이 방법을 익힐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개념 이해 없이 이미 방법을 너무 능숙하게 적용 상황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택에 맞지 않는 방법을 적용 상황에 들이대는 경우가 많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더 많은 문제를 풀리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수학적 개념의 이해입니다.



그런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결국 이런 류의 책은, 특히 수학 교육 관련 책은 우리나라 상황이나 여건과 거리가 떨어진 경우가 많아서 읽어도 큰 인사이트가 오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차라리, 이 책에서 계속 언급하는, 위긴스와 맥타이의 '백워드 설계' 같은 더 넓은 템플릿을 사용하는게, 개념 기반 교육에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아쉬움을 들자면, 번역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사용된 용어 - 마인드 세트 같은 - 중 의미가 무엇인지 모호한 것들이 꽤 많으며, 언뜻언뜻 보이는 오타들, 예컨대 맥티게 McTighe 같은 것은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네요. 띄어쓰기 오류도 많고... 전문 교육 서적이라 가격도 만만찮은데, 이런 책을 '사서' 읽는 독자에게 대한 배려나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 싶어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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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 강화도조약 Ominous 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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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도 그랬지만, 조선 개항사를 알려면 역시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를 곁들일 필요가 있다. 저자는 그래서 한중일 세계사로 묶어냈을 것이다.

강화도 조약으로 가는 과정을 잘 압축하고, 잘 펼쳤다 생각한다. 불평등 조약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이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이론을 던져보는 것도 마음에 든다.

여전히 일본 사람들 이름이 너무 헷갈리는 부분만 아니면 힘들 일이 없을텐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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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미학 아는 척하기 - 만화를 예술적으로 이해하는 키워드 85
박세현 지음, 손영오 그림 / 팬덤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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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소위 만화라고 불리우는 - 요즘은 이름도 워낙 많아서 뭐라고 명칭해야 대표성을 띄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이 책의 제목대로 ‘만화‘라고... - 장르에 대한 미학적 편린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총 85꼭지의 글이 있는데, 각 글은 많아도 세 쪽을 넘지 않고, 그 중 한 쪽은 꼬박꼬박 일러스트를 채워 넣고 있어 읽는데 큰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리 녹록치는 않습니다. 이름 한 번 씩은 들어본 이들이 다양한 철학적·미학적 상황을 놓고 말한 것들을 저자는 만화의 다양한 역사와 사건과 모양새에다가 가져다 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붙이는 모양새가 참 적절하다 싶기도 합니다.

알타미라 동굴에서부터 그리기 시작한 인류가, 어떻게 그림을 이어왔고, 그 그림이 카툰과는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현재 새로운 장르인 웹툰은 또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만화의 변천사와 다른 미술 장르와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이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코멘터리하고 있습니다.

웹툰이 한참 흥하고 있습니다. 이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으며, 웹툰으로 데뷔한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단순하게 만화의 역사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작품들을 줄줄줄 읊는데 그치는 것도 아닌, 이런 짧지만 적절한 책을 읽으면서, 과연 만화가 왜 이 시대에 이토록 넓게 향유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최신의 다양한 만화 장르까지 간단하게나마 소개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꼭지마다 포함된 일러스트도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볍게 읽으며 만화 뿐만 아니라 미와 미술과 미학에 대한 생각을 확인하기에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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