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조세희 선생이 타계하셨다. 코로나 감염 이후 후유증으로 앓으시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는 기삿글을 읽었더랬다. 그 때문에, 방학하고 나서 처음 손에 쥔 책은, 1995년도, 문학반 선배이던 92학번 용준이 형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었다.



난쏘공이 사회에 던진 문제 의식은 여전히 유효한가. 참 어려운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 사회는 이제 당대의 문제 상황을 꽤 많이 극복하고 해소한 듯 싶다. 가장 큰 변화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 그로 인한 정보의 실시간 생산·공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 나오는대로, 노동자가 연대하기 위해 조직하고 시위하는 방법은 이제, 웹 사이트 공간에서 인간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존엄을 위한 연대는 이익을 키우기 위한 파업을 덧입고 있고, 존엄을 누리고 지킬 필요가 있는 개인은 점점 파편화되며 소외되고 있다.


재벌, 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 또한, IMF를 거치며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진 이후에는, 기간 산업의 유지 및 시너지를 위한 옹호의 목소리로 점차 커지고 있다. 오히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 '귀족 노조'라는 프레임이 꽤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일이다.


그럼에도, 연작 이야기 속에 담긴 주제의식은 여전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차이라는 껍데기 속에 숨어있는 차별과, 차별의 속내를 차이라는 껍데기로 포장하는 위선은, 간간히 언론과 웹 사이트를 통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더 나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희생의 '강요'는 아직도 통용되는 강력한 메시지인 바, 누군가는 아직도 원하지 않는 희생을 강요당하며 '꼰대력'에 치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누군가는 희망을 잃고, 누군가는 일 한 만큼의 댓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사회의 수준은 올라갔다 인정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그리고 그 소외는 조종이 되어 사회를 울릴 때에만 잠시 되돌아 볼 뿐, 종소리가 그치면 다시 일상의 분주한 발걸음과 몸놀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상하기만 하다.



물론, 사회의 진보는 느리다. 자유와 평등, 박애를 외치며 대혁명을 일으킨지 이백년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자유와 평등, 박애의 가치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무엇을 해야하는지 토론하고 논쟁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가치를 다만, 1970년대 개발독재가 가진 그림자를 반추하는 것으로만 두기에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들여다 볼 공간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금씩 조금씩 진보해가는 사회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더 빨리 더 많이만 이야기하는 것은 급해 보인다. 사회의 진보와 변화에 대해 토론과 논쟁을 이어가며 더 나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난쏘공이 던지는 주제의식은 조금씩 우리 삶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그 때까지,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비록 희미해지얼정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다시 난쏘공을 손에 들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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