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사이에서 근무하니 확실히 동의하게 된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살기만 했다면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르고 있는 이들도 솔찬히 될 것이다.

우리는 관심을 거두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관심을 거두는 것은 곧 사랑을 거두는 것이다.
결국 관심은 우리가 주어야 하는 전부다. 돈이나 칭찬, 조언을 포함한 나머지는 불충분한 대체재다. 시간도 불충분한 것은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시간은 주지만 관심은 주지 않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잔인한 사기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걸 안다. 아이들은 가짜 관심의 냄새를 순식간에 맡아낸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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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이, 자주, 우리는 새로운 것을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치는가. 꼭 1분 정도 늦게 시간을 따라가는 시계처럼, 잡을 수 없는 분침을 쫓아 부질없는 발걸음을 하고 있는가.

차라리 가만 서 있는 것이 낫다. 지금의 순간에 몰두하며 지금을 배우고 익히며 가득 받아들이는 것이, 범자에게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분침은 한 시간에 한 번, 내가 서 있는 곳을 지나쳐가니까. 평생 뒤쳐져 쫓아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만날 기회를 가질테니.

에세이 <저술에 대하여>에서 쇼펜하우어는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의 소음을 미리 보여준다. 소셜미디어 안에서 진정한 소리는 새로움이라는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쓰인 것이 늘 더 정확하다는 생각, 나중에 쓰인 것이 전에 쓰인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라는 생각, 모든 변화는 곧 진보라는 생각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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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든가. 끊임없이 영점 나사를 조절하며 살아야하는 인생은. 그 에너지를 쓰기 싫어하는 이들이 자기에게 침잠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된다.

쇼펜하우어는 다른 동물인 고슴도치의 도움을 받아 인간관계를 설명한다. 추운 겨울날 한 무리의 고슴도치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가까이 붙어 서서 옆 친구의 체온으로 몸을 덥힌다. 하지만 너무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만다.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들이 "두 악마 사이를 오가며" 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딜레마는 우리 인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 있다. 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하며, 매우 노련한 조종사조차 가끔씩 가시에 찔린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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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면 고양이가 죽는지 죽지 않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지만, 그건 앎이 삶에 체화되는 방식은 아니다. 우리는 알아차린 채 다음 앎을 위해 나아가고자 하지만, 그렇게 숨가쁘게 흘러가는 앎은 결코 삶에 가 닿을 수 없다. 관용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 것과, 관용의 삶을 사는 것, 관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삶이 더 중요할 것인데, 우리는 앎의 창고를 게걸스레 채우는데 삶을 소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앎이 필요한 것은, 삶을 위해서가 아닌가? 그래서 삶과 유리된 앎을 지적 ‘허영’이라고 폄훼하는지도 모르겠다. 철학은 그런 것인가보다. 급한 호기심으로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하고 마는 것이 아닌, 궁금함에 천천히 사유함으로써 다가서는 것.

우리는 종종 궁금해하는 것과 호기심을 같은 것으로 여긴다. 물론 두 가지 다 무관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방식은 서로 다르다. 궁금해하는 것은 호기심과 달리 본인과 매우 밀접하게 엮여 있다. 우리는 냉철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냉철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냉철하게 궁금해할 순 없다. 호기심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늘 눈앞에 나타나는 다른 반짝이는 대상을 쫓아가겠다며 위협한다. 궁금해하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 마음은 오래도록 머문다. 호기심이 한 손에 음료를 들고 안락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발을 올려둔 것이 바로 궁금해하는 마음이다. 궁금해하는 마음은 절대로 반짝이는 대상을 쫓지 않는다. 절대로 고양이를 죽이지 않는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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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지능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특정 작업만 모델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업이 일어나는 세계를 모델링해야 한다. 즉, 환경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적절히 행동을 변경하고 조정하면서 동작해야한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어야만 지능을 가진 기계라 부를 수 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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