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터스 1 - 비밀의 시간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박주영 옮김 / 사피엔스21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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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매력


오늘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소설과 그 까닭을 말해보자고 하였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감동적'인 혹은 '인상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등장인물의 삶에 대하여, 사건 속에서의 등장인물의 선택에 대하여 감동을 받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혹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사건 속에서의 인물의 모습에 대하여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혹은 둘 다에 대한 이야기를.


[미드나이터스]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어글리], [프리티], [스페셜] 보다는 덜 감동스럽긴 합니다. 역자의 언급대로, 이 이야기는 성장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독자까지 성장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감동이 덜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자정을 살아가는 이들인 '미드나이터 Midnighter'가 있습니다. 인류 이전에 인류의 포식자로 군림하던 다클링들의 숫자인 12, 그 12의 배수가 겹치는 지역인 오클라호마 주의 벅스비는, 정확하게 자정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정에 속한 푸른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신비의 장소입니다. 그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자정의 한 시간을 더 가집니다. 그들을 일컫는 말은 미드나이터. 그래서 벅스비에서는 미드나이터들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25시간입니다. 


그리고 벅스비에, 네 미드나이터를 찾아오는 아가씨가 있습니다. 제시카 데이. 시카고에 살다가 이사온, 그러나 시카고에서는 한 번도 겪지 않았던 그 자정의 푸른 시간을, 신비의 장소인 벅스비에서 만나게 되는 제시카 데이. 그리고 그녀가 마주하는 미드나이터들과 함께, 푸른 시간의 균열에 의해서 벌어지는 다클링들과의 숨막히는 결전이 벌어집니다. 


결말은 아쉽습니다. 다크한 앤딩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작가는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썼겠지요.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약간의 허망함이 있습니다. 감동으로 꽉 차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러나,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자정과 함께 찾아오는 푸른 시간.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사이로 중력과는 무관한 존재로써 세상을 주유하는 플라잉보이 조너선의 이야기만으로도 굉장히 즐겁습니다. 그 자유로움. 그것을 내러티브로써 구현하는 환상 소설. 다른 장르에 대해 환상 소설이 가지는 매력은 바로 그 인상적인 이야기의 얼개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머릿속으로 그려집니다. 다른 사람은 가질 수 없는, 푸른 빛이 도는 자정의 달이 떠올랐다가 지는 그 한 시간을, 만약에 내가 가질 수 있다면. 환상이 주는 매력은 바로 그 낮설기에 새롭고, 새롭기에 설레이고, 설레이기에 더 흠뻑 빠져들게 되는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미드나이터스] 3부작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어글리], [프리티], [스페셜]보다는 덜 감동적이지만, 충분히 인상적이며, 그 마지막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푸른 시간'이라는 그 낮섦이 주는 느낌을 3권의 책을 읽어가는 내내 느낄 수 있습니다. 


아쉬움은, 인물의 변화에 대한 부분입니다. 역자의 말을 빌자면 이 책은 성장 소설이기 때문에, 10대 초반의 미드나이터들은 조금씩 조금씩 관계망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변화의 양상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를 끌고 가는 '보는 자'인 미드나이터 렉스와, '마인드캐스터' 멜리사의 변화는 이야기로의 집중에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수학 천재'인 데스데모나. 가장 설득력있는 등장인물이며,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혹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하늘을 나는 자' 조너선. 자유롭게 삶을 누리는 그 플라잉보이는, 그 삶의 심플함 때문에 꽤나 즐겁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제시카 데이가,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끝, 그리고 끝을 향하여 나아가는 그 얼개가 약간은 어설프다는 느낌을 받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이 책은 인상적이었다, 는 느낌은 잠시 멍하게 책등을 부여잡고 앉아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푸른 시간의 생경하고 새로운 느낌이 꽤나 오래갈 듯 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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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사 (양장) - 원효부터 장일순까지 한국 지성사의 거장들을 만나다
전호근 지음 / 메멘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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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쉽게 읽히고,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넓혀주는 책이다. 두께가 만만찮지만 워낙 잘 읽히는 책이라서 길잡이 이전 용도의 책으로 적절할 듯. 길잡이용으로 쓰기엔... 아무래도 사상 쪽보다는 인물의 생애 쪽에도 만만찮은 비중을 담아둔지라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래도 인물의 삶과 생각이 잘 연결된 덕이 인상깊은 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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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 2015 최신 개정판
최상희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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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에는 약간의 추가사항(음식점)이 있고, 여행기 하나가 조금 더 자세하게 편집되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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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제주여행
황금시간 편집부 지음 / 황금시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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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체험거리에 대한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었네요. 다만... 책이 출간된자 조금 지나서 그 아직도 정보가 유용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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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임창성 옮김 / 잎새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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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후 모든 환상소설의 전범 격인 책이 아닐까. 촌스럽지 않고 놀라우며, 설레이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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