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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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시민 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의 여러 정책이나 사업,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여러 아이디어들에 대하여, 유시민 씨는 항상 정부와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고 거들고 뒷받침하는 일을 해 왔습니다. 물론, 저도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고, 부동산 폭등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덜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써의 유시민 씨의 미덕은 한결같이 정부와 대통령의 입장에 함께 해 왔다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루어보건대, 유시민 씨도 아마 정부와 대통령의 여러 가지 정책이나 사업 혹은 아이디어에 대해서 백 퍼센트 찬성하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유시민 씨는 다른 소리 없이 반대하는 사람들과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연인 유시민으로써가 아닌 정치인 유시민이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을 통하여 저는 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시민 씨를 좋아하고 있는 이유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유시민 씨는 정치인답게 자신과 자신이 몸담은 집단에 대한 책임을 다했고, 그것이 정치인으로써 당연히 해야할 몫이었던데다가, 부끄럽거나 위선적이거나 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찌보면 유시민 씨가 자신의 행위와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직접 설명하면서, '이렇게 표현하면 효과적이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부분들을 느끼지 못하였더라도, 이 책은 어떻게하면 자신이 가진 생각 -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 등 - 을 효과적으로 -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있는가를 안내해 주는 책입니다. 사실 별로 그렇게 크게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보면 글쓰기를 좋아하고, 자신을 글로써 드러내기를 좋아하며, 글을 통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주고 받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는 방법을 유시민 씨 자신의 언어로 드러내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한 이야기에 대해서 당연히 공감하면서 책을 읽게 됩니다. 혹은, 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하였으며,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저자의 Know-how라서 설득력이 더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요지를 정리해보자면, 글을 쓸 때 읽는 이를 고려하여 읽는이가 편하게 -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와 콘텍스트(맥락)를 잘 가다듬을 것 - 글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그 전에 자신 스스로가 다양한 생각들을 해 볼 수 있도록 - 특히 해치우는 독서가 아니라 공감하는 독서가 되도록 하는 등의 - 자신을 조금 더 열어놓고 지내며, 구체적으로 서평이나 독후감 지도 등에서 요약과 자신의 생각이 절반 정도씩 구성되게 쓸 것이며, 무엇보다도 즐겁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있게 기록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이 책은 공저자가 있는 책입니다. 글은 유시민 씨가, 만화는 정훈이씨가 각각 집필하였는데, 글과 그림이 서로에게 종속되는 바 없이 제각각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면에서 이 책의 독특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훈이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 중간에 짧게 짧게 담아두었는데, 충분히 생각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였고, 특히 글의 말미에, 자신이 지금까지 지내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화라는 표현 기술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글의 중간중간에 글의 흐름을 끊으면서 만화 컷이 한 두 페이지에 걸쳐 있는 부분들이 몇 있어서 글에 대한 몰입도를 약간 떨어뜨렸지만, 정훈이 씨의 그림도 둥글둥글 예쁘고 다정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유시민 씨의 팬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또한 유시민 씨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두고 한 번 씩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아울러 시네21의 초창기 시절을 추억해 볼 수 있는 정훈이 씨의 만화도 요즘 같은 젊은이가 어려운 시절에 한 번 쯤은 곱씹어볼 수 있는 내용이라서 좋았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유시민 씨가 비평에 대한 재비평을 언급하면서 정희진 씨의 [제2의 성] 서평 - 한겨레에 기고한 - 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중 한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두드려봅니다.


여성주의는 양성 이슈, '여혐 대 남혐' 식의 대칭 언어가 아니다. 여성주의는 '인간'과 '인간의 여자'로 나누는 권력에 대한 질문, 즉 인간의 범주에 관한 인식론이고 [제2의 성]은 그 역사를 압축한다. (222쪽)

요즘 한창 '미러링'이라는 단어가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데, 여혐의 반대는 남혐이 아니라 평등이라는 어떤 한 인터넷 글이 오버랩되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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