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사 1 - 단군에서 고려까지, 남경태의 가장 독창적 역사 읽기 종횡무진 시리즈
남경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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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신 남경태 씨는 얼마 전에 지병으로 타계하셨습니다. 예순도 안 되신 나이셨는데... 글만 봐서는 유쾌한 듯, 삐딱한 듯, 그런 면모를 볼 수 있었는데, 의외로 이런저런 좋은 책들도 많이 번역하셨습니다. '30년 전쟁', '생각의 역사 1' 같은 책의 번역자로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저자의 책을 읽은 것은 [개념어 사전]에서였습니다. 익숙한 개념들의 자기식 비틀기. 충분한 인문학적 소양이 없다면 쓰기 힘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저자의 스타일은 이 책, [종횡무진 한국사 1]에서도 이어집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정치사를 바탕으로 합니다. 단군왕검의 고조선 성립부터 고려시대까지, 주요한 정치사의 흐름을 터하여 저자는 이런저런 이야깃살을 붙입니다. 가령 신라 왕실은 근친혼으로 연결된 관계였고, 고려 왕실도 그런 면모를 띄고 있어서, 이모를 아내로 삼은 경우도 있다더라 같은. 우리나라 정치사와 긴밀하게 연결된 대륙의 이야기도 풍부합니다. 중국 대륙의 왕조 교체에 대한 이야기, 주요한 정치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 중원과 변방의 치고받는 이야기 등등. 그러면서 정치사의 이면에 자리잡은 사상사의 흐름도 놓치지 않습니다. 춘추전국-한-당-송으로 연결되는 유학의 완성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생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불교가 우리나라 사회에 끼친 이야기 등. 


그러한 이야기 뼈대와 이야깃살을 바탕으로 저자는 정말 마음껏 상상하고 판단하고 평가합니다. 이 지점에서, 그 평가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더라도,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역사는 결국 해석의 문제입니다. 해석의 객체가 흐름인가 맥락인가에 따라 다른 방식의 역사 서술이 있을 뿐, 결국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흐름을 쫓아가면서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훑어내려온 저자는, 사대주의라는 - 곧 소중화사상으로 확대되겠지만 - 키워드를 통하여 그 흐름을 크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흐름에 대하여 굉장히 비판적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점은 고구려에 찍혀있지만, 그나마도 중화를 지향하는 면모 때문에 뚜렷한 방점은 아닙니다. 그러한 아래애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마음껏 씹고 뜯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자의 몫은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디까지 수용하는가의 문제이겠지요. 저자의 과격한 평가를 저울의 한 쪽에 올려놓고, 반대편 저울에 무엇을 올려둘지를 찾아보려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이 책의 독서는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양쪽 저울에 이것저것 다 올려놓은 후에, 마음에 드는 녀석을 적당히 뒤섞어서 가져야지, 저울에 올려놓고 계량하기도 전에 가질 마음이라면, 그 마음에 대해서 조금 과격한 판단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팔이 안으로 굽는지라,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다종다양한 서술들은 무딘 날 휘둘러 베어낸 고깃살처럼 그냥저냥인 경우들이 많은데, 저자는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고대사를 마음껏 난도질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조금 더 고민하고 생각하게 할 여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잖아도 돌아오는 신학기부터 6학년 1학기 사회 과목에 근세사 이후가 들어오게 되어, 2권을 읽고 신학기를 준비할 요량으로 1권을 먼저 읽었는데, 조금 더 기쁜 마음으로 2권을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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