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리지 - 서울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 궤적을 찾아서 서울 택리지 1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저널리스트의 에피소드 방식의 책을 만난 것은 [한국의 국보]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도 자신이 저널리스트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에피소드 중심의 책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이 과연 [택리지]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울 사대문 안과 사대문 밖의 다양한 공간을 그 변화와 함께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깊이있는 접근은 없습니다. 대체로 저자는 사대문 안의 지나친 밀집화 및 현대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한강과 거대한 강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여러 섬들의 변화 혹은 상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강남의 개발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 기왕이면 서울의 사대문안은 원형 그대로 보전하면서 사대문밖을 개발하여 전통과 개발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몄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그러한 논리가 명확하게 제시되거나, 그러한 논리를 뒷받침할만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리저리 이런저런 서울에 관련된 일들을 써내려가면서 약간씩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문 지상에 연재하던 글을 모은 것이기에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너무 분절적이다, 라는 아쉬움이 굉장히 크게 들었습니다. 어떠한 주제를 담아 일관성있게 밀어붙인 책이 아니라서, 옴니버스 식으로 딱딱 끊어지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굉장히 크게 남습니다.


마침 읽으려고 생각중인, [서울 도시계획이야기]의 저자인 손정목 씨가 상당히 많이 언급되고 있어서, 이 책을 통해서 다섯 권짜리 책인 [서울 도시계획이야기]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에서 좋았던 것.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잘 제시해 두었습니다. 특히 개발독재시대 직전의 한강에 대한 이야기 및 한강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침 잠실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는 제게는 꽤나 가까운 거리감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인터넷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 잠실이 원래 잠실도와 부리도의 두 섬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든지, 석촌호수가 원래는 한강의 본류였다는 등의 이야기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인터넷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 그래도 (분절적이나마) 모아서 읽으니 조금 더 몰입감있게 읽게 됩니다. 


풍수지리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에 관련된 책 중에서 서울의 풍수지리학적인 이야기를 실록을 인용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서울의 자리잡음에 대하여 사료를 바탕으로 그림자료를 사용하여 기술하는 것은 서울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과는 관계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왜 헌법재판소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판결을 냈는지 심정적으로 약간은 이해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울'이라는 말 자체가 '수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서울'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두면서 수도를 옮긴다는 것에 대해서 '관습헌법' 운운하면서 위헌판결을 내린 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서울이라는 명칭을 수도라는 의미와 함께 사용하는 내내, 아마 서울이라는 도시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지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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