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을 아는 사전 1 - 창덕궁 후원 창경궁 우리 궁궐을 아는 사전 1
역사건축기술연구소 지음 / 돌베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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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을 드나든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중학교 때 부터이니... 자주 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두 번은 넘게 다녔으니... 그런데 의외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다녔습니다. 


아마도 궁궐의 건물과 담장 너머로 보이는 잿빛 도시와의 묘한 어울림이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기합니다. 잿빛 도시 한가운데, 푸르름이 꽉 찬 여백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그러나 아는만큼 보인다, 고 하죠. 좋아하지만,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좋아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약간의 앎이 필요하다고 할까요.


제 궁궐 여정에 도움을 주었던 책이 바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이었습니다.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에 대한 답사기입니다.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좋아함을 조금은 구체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앎보다는 감상에 조금 더 초점에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알 수 있도록 자료를 보여주고 지식을 전달해주지만, 결국 저자가 소화해낸 것에 독서의 초점이 맞추어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인 셈이죠. 그래서 이를 바이블 삼아서 돌아다니기에는 조금은 생소함이 있는,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우리 궁궐을 아는 사전]은, 마치 궁궐을 직접 걸으면서 해설사를 옆에 두고 하나하나 배워나간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지난 7월에 창덕궁을 다녀오면서, 후원을 지나오면서 잘 봐 둔 것이 도움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편으로는, 저자들이 <동궐도>를 길잡이 삼아서 실제의 관람 동선을 고려하여 궁궐의 내부를 설명하기 때문에 조금 더 실감나는 독서가 가능하도록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동궐도>는 도화서 화원들이 1830년 즈음에 동궐 - 창덕궁, 후원, 창경궁 - 을 그린, 현재 국보 제 249호로 지정되어 있는 지도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조선관에 가면 대형 액자 속에 전시되고 있지만, 이것은 복제본으로 진본은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지도입니다. 


저자들은 <동궐도>에 그려진 전각을 기준으로 하여, 현재까지 남아있는 전각들, 있었던 전각들, 없어진 전각들, 고쳐진 전각들, 새로 지어진 전각들을,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의 사료 및 <동궐도형> 등의 다른 자료를 교차적으로 분석하여 과거의 궁궐과 현재의 궁궐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의 차이점이라면, 저자들의 주관적인 견해가 최대한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궁과 궁의 전각 자체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건축 양식이라든지, 건축 형태, 건물 구성물 - 예컨대, 현판이라든지, 어좌 등 - 에 대한 궁궐의 건물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풍부하지만, 그 건물을 살아낸 사람들 - 왕과 그 가족들, 신하들 - 에 대한 이야기도 풍부합니다. 궁궐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궁궐과 궁궐을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궁궐에 대한 사전으로써도, 궁궐을 거닐면서 옆에 두고 볼만한 참고서로써도, 오랜 세월 궁궐 옆에 묻어있는 많은 사람 사는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책으로써도, 굉장히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에 맞게 포함된 사진도 훌륭하며, 책 뒤 부록으로 주어진 전통 건축 양식에 대한 간단한 안내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건축 형태에 대하여 잊을만 할 때마다 한 번씩 상기시켜주는 서술도 마음에 듭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예정된 것 중 첫 번째 권이며, 동궐 - 창덕궁, 후원, 창경궁 - 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 출간 전인 두 번째 권에서는 경복궁과 덕수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니 이 또한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창덕궁과 후원 편을 조금 더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창경궁을 띄엄띄엄 다녔던데다가, 갈 때마다 전체적으로 둘러본 적이 없어서인지, 창경궁 편은 조금 덜 몰입하였습니다. 창덕궁 편은... 정말 돈화문을 들어서서, 후원 입구에 도달할 때까지, 실제로 다녔던 것과 책에서 다니는 것이 계속 오버랩되어 입체적인 책읽기가 된 듯 하여 내심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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