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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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으로 되어있는, 분량이 꽤나 만만찮은 전체의 절반을 읽었습니다. 하루에 50~100쪽씩은 꾸준히 본 듯 싶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참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제게는 14개월에 접어든 딸이 하나 있습니다. 그 위로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 초등학교 2학년짜리 딸이 둘 있습니다. 이 책은 제 딸들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와 같은 부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는 제게 너무나 많은 고민들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책은 저와 상관없는 세계의 이야기이지만, 저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부모와 자식은, 어떠한 상황과 현상에서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의 본질은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저같은 사람에게 그러한 관계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은, 예외적인 자녀(11쪽)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자녀들과의 관계 속에 있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권에서는 청각장애와 소인증, 다운증후군과 자폐증, 정신분열증과 중도장애(重度障碍)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례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사례의 중간중간에 예외적인 자녀들이 되도록 만든 청각장애와 소인증, 다운증후군과 자폐증, 정신분열증과 중도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과 그러한 것들에 대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추이, 그리고 다양한 의학적, 생물학적, 사회학적, 정치적, 경제적 이야기들이 언급됩니다. 아니, 이러한 이야기들 사이에 사례들이 중간중간에 나온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사례들 하나하나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자꾸 제 14개월 된 딸아이가 오버랩됩니다. 그리고 제게 묻게 됩니다. 내 아이가 저 아이들 같은 모습으로 자란다면 나는 과연 어떠할 것인가. 


더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짜리와 초등학교 2학년 짜리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과, 예외적인 자녀를 키우는 저 부모들의 이야기는 또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이미 그 길을 걸어온 그 부모들에게, 그 길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행복했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것의 양상은 다르겠지만, 어느 부모가 힘들고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부모로써 나는 과연 그 힘들고 어려운 길을 행복함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볼 때, 아직 부모로써 더 치열하고 더 경건하게, 자녀에 대한 기대와 사랑을 한결같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 제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부모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른 부모들은 아이가 좋은 친구를 만나고 좋은 성취를 거두며 좋은 대학에 가기를,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서 행복하게 결혼하여 독립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지만, 자신들은 그저 자녀들이 자기 힘으로 밥을 먹고, 자기 스스로 대소변을 치루고, 자기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그 모습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이지요. 부모가 자녀에게 가질 수 있는 기대가 1부터 100까지 있다면, 혹여 나는 아이들에게 100을 초과하는 기대를 가지고 아이들을 덜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과연 지금 아이들과의 관계 그 자체 속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조건과 바램으로 점철된 관계의 껍데기에 몰입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장애가 가진 비극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장애라는 현상 속에서 자녀와의 관계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부모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장애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부모-자녀의 관계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었던 그런 독서가 되었습니다. 



하나 더, 저자는 그러한 예외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녀들과 부모들이 가진 정체성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치료라고 일컫지만, 과연 예외적인 모습 속에서 살아가는 자녀를 둔 가족에게는 치료라는 이름의 파괴일 수도 있다는, 새로운 발상을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수화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청각장애 공동체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질병을 가진 부모들의 애끓는 모임이 아닌, 예외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녀와 부모가 자신들이 가진 다름을 공유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가 존재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는 내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울컥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너무 자주, 가슴 먹먹하고 어떻게 할바를 몰라 한숨이 나올 뿐인 이야기들도 나오지만, 이 책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자녀의 다름을 존중하고 그로 인해 행복해하기 위하여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서적은 아니지만, 부모와 자녀의 본질적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결국 자녀를 어떻게 돌보고 교육하여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반성을 하도록 만드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예외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녀와 그 부모에 대하여, 피상적인 이해의 영역을 넘어서서 (감히 이렇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깊이있는 공감에 이르도록 만들어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2권을 바로 주문할 예정입니다. 읽고 싶은, 예외적인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2권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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