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 - 부자를 위한 정책은 어떻게 국민을 추락시키는가?
도널드 발렛 외 지음, 이찬 옮김 / 어마마마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The Betrayal of American Dream]입니다. 국역하면 아메리칸 드림의 배신, 정도가 되겠지요. 원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미국의 현재 경제상황을 야기한 (소위)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비판이자, 그들이 수호하(ㄴ다고 여겨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고발입니다. 미국의 중산층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미명하에 몰락하고 있는지를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미국 대중이 잃어버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도대체 누가 가지고 가고 있는가에 대한 르뽀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요즘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분배정의의 실현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이 책을 골랐다면, 이 책은 미국의 상황만을 잔뜩 보여주게 될 것이고, 눈 밝은 독자는 미국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저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인 우리의 몫일 뿐입니다. 그러니, 책의 제목은 독자를 우선 '낚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습니다. 



그럼에도 책은, 쉽게 읽히기도 하므로, 한 번쯤은 쭈욱 읽어볼 만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선 미국 중산층의 몰락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이 그렇습니다. 저자들이 생각하기에,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를 미국 경제에 도입하면서 '규제 완화'라는 키워드를 강력하게 밀어붙여왔다고 봅니다. 그렇게 강조된 규제 완화는 기업을 제약하던 여러가지 올무를 벗겨주어, 특히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부여된 많은 규제들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였고, 그로 인해 노동자의 근로 조건이 악화되고, 퇴직 후를 책임지는 연금 등의 여러 안전장치도 벗겨지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자신들의 공장을 해외 - 특히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 로 이동하게 되었고, 벌어들인 수익은 여러가지 규제 완화 - 법인세 유예, 비용 처리 등 - 로 말미암아 기업 내부에 고스란히 쌓이면서 최고 경영자들의 몫을 키우는데 일조하게 된다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NAFTA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미국이 멕시코와 NAFTA를 맺음으로써, 중산층의 일자리였던 것이 모조리 멕시코 인들의 일자리로 바뀌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자리는 점차로 줄어들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임금 수준은 물가상승률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동력 중심의 일자리가 저개발국가에게 가더라도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는 미국 사회를 단단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정책 결정자들이 말했지만, 실제로 그러한 고부가가치의 일자리 또한 노동력 우위의 저개발국가 - 중국이나 인도 같은 - 의 몫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저자들은 '효율성'을 앞세우는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주민들과 공생하여가던 탄탄한 중소기업이, 금융자본에 의해서 어떻게 망가지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줄곧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또한 '규제 완화'가 기업의 창조성을 북돋울 것이라고 말하는 정책 결정자들이 국민을 위한 판단을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라 할지라도 미국 국내에서 노동을 소비하고, 비용을 지출하며, 그렇게 소비하고 지출된 비용들이 세금으로, 또다른 소비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정책 결정자들의 해외 선호 성향은 국내의 산업과 가계를 몰락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의 해결책은, 의회 권력의 교체로 귀결됩니다. 우선 의회가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며, 그를 통해 국내의 노동력이 소비되고 그 댓가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 결정자들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중국이나 인도 같은 국가들의 자국 무역 보호 조치에 맞선 보복의 필요성, 증세, 실직자들에 대한 보호 강화 등을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책이 미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빗대어 볼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애플 사에 대한 이야기는, 외국에 다양한 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대기업들에 대한 이야기와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콜럼비아 장미에 화훼산업의 점유를 빼앗겨버린 미국의 이야기는, 점점 외국 농산물에 설자리를 잃어가는 우리나라 농산물의 이야기와도 유사합니다. 


그렇게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규제 완화와 더불어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미국의 중산층이 점차 저임금의 계약직으로 전락하는 것은, 흔히 치킨집사장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과도한 팽창과도 겹쳐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규제 완화를 부르짖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대안은 마뜩찮아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의회권력를 교체하는 것이 해답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러하더라도, 결국 현재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실제적으로 닥치고 있는 문제인 중산층의 몰락은, 결국 사회에서 꿈 dream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을 해결하기에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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