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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통합수업, 아이들을 수업의 주인공으로! - 초등5-6학년 교육과정 재구성 길잡이
이윤미 외 11명 지음 / 살림터 / 2014년 10월
평점 :
1. 교육과정과 교과서
우리나라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교육과정이란, 학생들이 해당 학년에서 배워야하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예컨대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같은 경우에는
문학(3) 작품에 나타난 비유적 표현의 특징과 효과를 이해한다.
라는 성취 기준이 있고, 초등학교 6학년의 해당 단원을 이수한 어린이에게는 평가를 통해 해당 성취 기준을 달성하였는지의 여부를 알아봅니다.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을 국가 - 교육과정평가원 - 에서 편성하여 이를 기준으로 학교에서 교수-학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이라하면, 다른 의미로는 일련의 학교/학년/학급운영 전반을 일컫기도 하지만, 명확하게는 학생들이 도달해야할 성취 기준의 목록을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교육과정이 편성되면, 교육부에서는 교육과정을 실제 교수-학습 과정으로 구현한 교과서를 편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주지과목의 경우에는 국정으로, 예체능과목의 경우에는 검인정으로 교과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정은, 말 그대로 교과서를 국가에서 정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가에서 연구진/집필진/심의진을 선정하여 교육과정에 걸맞는 교과서를 만들도록 하겠지요. 검정은,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연구진/집필진/심의진을 구성하여 교과서를 만든 후, 교육부의 인정을 얻은 경우에 일반 학교의 교과서가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검인정 교과서는, 6~8종 정도가 있으며, 각 학교에서 교과서 선정 위원회를 열어 어떤 교과서를 사용할지 선정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시행하지 않는 제도이지만, 인정 교과서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국가가 중간에 개입하지 않고, 교과서를 만든 민간과 학교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일본의 우익교과서가 인정 교과서로 편찬되었다고 하죠.
요즘, 교과서에 대한 기존과는 다른 견해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교과서는 결국 교육과정 상의 성취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학생들이 교육과정 상의 성취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도구가 있다면 그를 통하여 학생들을 교수할 수도 있다는 인식들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예전에는 '교과서 진도를 끝낸다'는 의미가 통용되었지만, 요즘은 굳이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하지 않는 경우들도 점차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만해도, 2014학년도에 사회과 경제 단원을 교과서로 교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든 교수-학습 과정안을 가지고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교과서 이외의 도구로 만족시키려는 시도, 이러한 흐름에는 '학생 주도적'이라는 키워드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2. 교육과정 재구성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인 교과서의 경우,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장과의 괴리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명망있는 연구자들과 능력있는 교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편찬한 교과서는 그 자체로 참 훌륭한 도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와 촌락이 다르고, 농촌과 어촌이 다릅니다. 생활 수준의 격차도 다 다른 가운데,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가지고 성취기준을 달성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은 교과 내 재구성을 시도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올해 수학 과목의 교과 내 재구성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2014학년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치룬 여러 평가 및 과제 결과물을 분석한 후, 학생들의 선수학습과정 중 주로 드러나는 결손 요소를 추출하여, 2015학년도에 가르칠 아이들에게 이를 토대로 수업을 진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6학년 성취기준을 분석하여, 학습 요소를 도출한 후에, 선수학습 결손 요소와 결합하여, 부진 학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과서를 보완하는 보충지를 만들어 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을 살펴보면, 이미 많은 교사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학생들의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과 내 재구성을 시도하고,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과 내 재구성은 이제는 어떻게 보면 교수-학습 과정의 필수적 요소로 자리매김하였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걸음 더 나아가 교과 간 재구성을 목적하는 많은 교사들이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 상에서는 이러한 교과 간 재구성이 이미 4차 교육과정부터 시도되어 온 바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배우셨던,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 바로 그것입니다. 1982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이러한 교과서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각각의 교과목에 따라 교과서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한 군데 뭉뚱그려서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교과목 별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구현되었고, 2009 개정 교육과정 아래에서는 교과서 자체가 주제별로 편찬되어 학생들에게 실제로 교수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과 간 재구성이 현재로는 초등학교 1, 2학년에게만 적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재구성을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끌어올려 교과 간 '주제별' 재구성을 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 [주제 통합 수업: 아이들을 수업의 주인공으로!]는 전북의 한 학교에서 1년간 시도한 주제 통합 수업의 일련의 과정을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3. 학문의 엄밀함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은, 그러나 과연 이러한 주제별 재구성을 통한 교수-학습이 학문의 엄밀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초등 수준에서 학생들은 여러 과목을 학습하게 됩니다. 국/도/사/수/과/음/미/체/영/실. 각각의 과목은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부터 각각의 교과로 갈라져서 교과별로 교수-학습 과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교과목의 교수-학습은 이론적인 깊이가 깊지는 않습니다. 위의 국어과 성취기준을 예로 들었지만, 작품에 나타난 비유적 표현의 특징과 그 효과를 초등학교 수준에서 배우다보니까, 은유/직유/의인법의 간단한 용례를 배울 뿐, 이를 통해 시적 화자와 공명하거나 작품 속에서의 화자의 처지를 헤아린다든지 등의 활동까지는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를 교수하는 교사의 수준까지 초등학생의 수준일 수는 없잖습니까. 교사는 문학 작품 속에서 이루어지는 비유의 양상을 통하여 시적 화자의 처지를 헤아리고, 왜 이러한 비유를 사용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면서, 시적 화자와의 내밀한 교감을 이룰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이해의 수준에 도달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사회과의 경제 파트를 재구성한 부분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 부분('행복한 경제')을 보면서, 과연 이렇게 이루어진 주제별 재구성 수업이 학문적인 엄밀함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학문적으로 엄밀함을 가지고 주제별로 재구성이 되었는가. 과연 재구성에 참여한 교사들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기초로 한 학습 요소를 추출하여 이를 효율적으로 재구성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이 여럿 소개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과연 우리 교실에서는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습니다. 책이 '왜 이런 프로그램을 구안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은 생략한 채, 프로그램 과정만을 나열식으로 소개한 것을 보면서 이것은 우리 교실에서는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초등학교 교사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어떤 초등학교 교사가 경제면 경제, 역사면 역사, 문학이면 문학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그것을 자신의 교실에서 녹여낼 수 있겠습니까. 초등학생의 발달 과정 상의 특징을 생각할 때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과 담임제를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초등교사의 학문적 엄밀함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초등교사는, 아이들을 학문적으로 잘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인격적으로 잘 성장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제별 재구성은 교사의 역량에 걸맞는 정도의 최소한의 수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 밝힌바대로, 요즘 초등학교 현장의 키워드는 '학생 주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의 치명적인 약점은, 활동이 학습을 담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프래그머티즘 계열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이 학습으로 귀결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이 모든 학생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학생의 학습을 담보할 수 있는 교육적 처방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이 활동하는 것 자체로 의의를 삼는 우를 범치 않으려면, '학생 주도적' 교육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성취기준 상의 학습 요소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실함이 있을 때에 그러한 활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고민이 커졌습니다. 어쨌든, 교사 주도적인 교수-학습이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분명한데, 학생 주도적인 교수-학습을 통해서 어떻게 학생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니... 결국 교사의 할 일은 더 많은 공부를 통해서 교사 자신의 수준이 꽤나 높아지도록 하는 것부터 일단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인식 아래에서, 저도 2015학년도에 교과 간 주제별 재구성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엄밀성을 바탕으로 하여 학생 주도적 활동을 통하여 학생들이 인격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학문적 부분에서도 성장이 이루어지는 그러한 수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