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한국 자본주의 1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인 장하성 교수는, 많은 분들에게는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소액주주운동을 펼친 우리나라의 경제학자입니다. 저자는 소액주주운동을 통하여,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우는 대기업군의 소유주들이 자신이 창업하거나 물려받은 회사를 개인기업인 것처럼 운영하는 것을 견제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한 기업에 대하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을 결합하여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을 실제로 행사함으로써, 기업의 창업주 또는 2세 경영인들의 전횡을 견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소액주주운동을 해나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분들중에, 소액주주운동이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영권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고, 이 때문에 외국 자본들이 우리나라 대기업군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저자도 이 책의 일부를 할애하여 설명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충분히 설득력있다고 받아들여집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부분은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할애하고 있으며, 두 번째 부분은 그러한 우리나라 경제상황 중에서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주목할만한 세 가지 이슈를 자세하게 다루면서,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소액주주운동의 당위성을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설명 하나 없이 강화하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자본주의가 드러내는 문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약간씩의 의문들이 들기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경제 관련 서적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는 백인백색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다른 학자는 저렇게 이야기하고, 또 다른 학자는 요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고, 확연하게 갈라선 견해가 대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입장은 확연하게,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포커스가 맞추어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성장론자들보다는 분배론자들을 더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저자는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장론자에 대한 비판적 논지 구성은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가장 큰 대립은 성장과 분배이기 때문에, 책이 성장론자들의 논지를 주로 비판하면서 자신의 분배론적 견해를 밝혔으면 좋았겠지만, 이 책은 같은 분배론자 중에서도 특히 재벌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 성장 동력을 유지하면서 분배를 강화하자는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같은 분배론자 중에서, 저자의 소액주주운동이 결국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동력을 깎아먹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가진 분들도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 대해서, 소액주주운동을 통한 기업 견제가 왜 타당하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주장을 강화하는데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항상, 대명제보다는 지엽적 주장에 더 많은 설명을 할애하는 것을 보면서, 사실은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현상에 대한 문외한이 보기에, 이 책은 꼭 읽어볼만한 부분을 여러 가지로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책이 잘 읽힙니다. 지금 읽다가 멈춘 책 중에서,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과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저의 손길을 다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책들은 읽기에 약간은 버거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도, 현상적으로도. 그런데 저자의 이 책은 우선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전체적으로 톺아주면서,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간결하게 붙여나가면서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저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런 상황이 친숙하기 때문에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 주석 부분을 빼고 600쪽 - 책이 술술 읽힌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짧고 간결하게 중요한 키워드를 잘 정리하여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영미형과 북유럽형의 자본주의는 둘 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지만 전자가 시장 효율성과 경쟁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입장이라면, 후자는 민주주의와 공정성, 연대 등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존 체제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신자유주의의 개념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중략)


'프라사드의 주장은, 흔히 신자유주의라고 말하는 정책 프로그램은 어떤 정연하게 체계화된 경제 이론이나 원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각 나라가 처한 정치경제적 현실에서 경쟁하는 정치 세력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제시했던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일련의 정책 대안들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신자유주의를 경제 이념으로 논의하기보다는 1980년대 초부터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에서 나타난 규제 완화, 개방화, 민영화, 자유화, 세계화, 작은 정부 등으로 상징되는 일련의 시장 기능의 확대와 정부 역할의 축소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 경제정책들로 정의한다. (126~127쪽)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예로 들자면,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개념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현상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론적 바탕 위에서 세워진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케인즈 식의 자본주의가 보여준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나타난 일련의 정책들을 통칭하여 신자유주의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견해는 책의 이후 부분에 충분히 반영되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논지로 사용되고 있으며, 조금 거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큰 줄기는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개발 연대의 계획경제체제에 변화를 시도하고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볼 수 있다. (중략) 계획경제의 마지막 단계이자 시장경제로의 전환의 일환으로 김영삼 정부는 출범과 함께 '신경제 5개년 계획'을 1993년부터 추진했지만 1996년에 조기 종료 되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의 5개년 계획은 몇 가지 의미 있는 개혁을 했다. 1993년에는 모든 금융거래에 실명을 의무화하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었다. 1994년에는 계획경제의 상징이자 주무 부처였뎐 경제기획원이 폐지되고, 재무부와 통합되어 재정경제원으로 변신하였다.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써 1995년부터 민영화를 포함한 시장 자유화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이렇게 보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된 것은 1995년이라 볼 수 있다. (79~80쪽)


저자의 이러한 견해도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계획경제하에 있다가, 본격적인 시장경제로 전환된 시기를 1995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2000년대 초반의 경제 정책을,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라고 보기보다는 시장경제체제를 강화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견해처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가, 기존의 케인즈식 자본주의의 반동으로 나온 것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에서 드러난 2000년대 초반의 일련의 경제정책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케인즈식의 강력한 국가 개입을 통한 분배적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적이 없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의 경제정책을 그에 대한 반동의 의미로써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견해를 명료하게 표현하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리뷰하고 있으며, 저자가 경제학을 연구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사례들을 예로 들면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함으로써 편안한 독서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결론은, 궁극적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분배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인 듯 싶습니다. 저자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가지고 와서, 사회적 약자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이 분배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하여, 사회 전체의 합의 과정을 꾸준하게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분배가 당위성을 얻기 위해서는, 분배의 객체인 고소득층 시민들이 당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절차를 민주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내어놓을 수 있다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내부유보금에 대한 기나긴 설명과 문제점 지적 끝에, 초과 내부유보세를 부활하자는 견해와 함께, 누진적 직접세를 강화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익에 대한 배당 지급 및 임금 인상을 통해서 자본의 분배를 실현하며 -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 '업무 존속 기간'을 기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분량은 무겁지만, 독서는 가볍게, 그러면서도 여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독서가 되었고, 몇몇 부분에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한 서른 부분 넘게 스크랩 해 두었습니다. 하나하나 소개하고 싶지만, 일독을 권하는 것으로 갈음하여야겠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