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수학 이렇게 가르쳐라
리핑 마 지음, 승영조 외 옮김 / 승산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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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2학년, 수학과교육 1 수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교수님께서 다음 문제를 주셨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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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분수 나눗셈을 문장제 문제로 바꾸어보라. 


조금 당황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사교육에 십수년을 종사하면서 꽤 많은 숫자의 학생들을 가르쳐왔지만, 막상 위의 문제를 문장제로 바꾸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나눗셈 식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사실 나눗셈의 수학적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위의 문제는 나눗셈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단순하게 나눗셈 기호를 곱셈으로 바꾼 후에, 제수 위치의 분수의 분자 분모를 바꾼 후에 분수의 곱셈으로 푸는, 알고리즘 - 공식 - 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가르쳐왔고 배워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가르치면 나중에 어떤 아이들이 나오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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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같이 푸는 학생들이 꼭 나옵니다. 왜냐하면, 제수 위치의 분수의 분자와 분모를 바꾸어야 하는데, 분수가 아니니까 바꿀 분자와 분모가 없으니까 그냥 놔두는 방식으로 풀어버리는 것입니다.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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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풀어버리는 아이들도 꼭 나옵니다. 분자 분모의 위치를 바꾸어야겠는데, 분수가 하나 밖에 없으니까 그냥 그것을 바꾸어버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수학 부진은 이런 식으로 시작이 됩니다. 개념 없는 알고리즘의 사용, 그리고 알고리즘의 왜곡과 오답, 그런데 알고리즘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찾을 수 없을만큼 수동적이 되어버린 상태. 그렇다보니, 수능 수학 점수의 경우, 평균 점수가 40~50점 정도 나오는 그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요즘이나 되니까, 쉬운 문제로 조금 더 배려하고, 교육과정도 조정되고 그랬으니 그렇지, 공통수학과 수1이 함께 출제되던 당시의 문과생들의 수능 수학 점수는 지수, 로그, 삼각함수 덕택에 평균이 20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이 되곤 했습니다. 


수학포기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디에선가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이러한 현상에는,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원리의 이해 없는 알고리즘의 무한 연습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수학에 대한 흥미를 느낄 겨를도 없이, 기계적으로 문제 풀이를 해대는 그런 과정, 아이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일으켜주기보다는 수학에 대한 좌절과 절망부터 맛보기에, 수학에 대해서는 수동적으로만 대할 수밖에 없는 그런 문제. 



이 책 속에서, 저자가 결국은 '교사 탓'을 하고 있는 것을, 현재 우리나라의 공교육 상황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수학 학습을 위해서 교사가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이 아닌가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의 수학 교사와 중국의 수학 교사를 병렬적으로 비교하면서, 미국 교사들이 갖지 못한 '지식 꾸러미'를 중국의 교사가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지식 꾸러미라는 것은, 수학적 개념과 원리가 연계된 총체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분수 나눗셈 문제 상황을 생각해보자면, 결국 분수 나눗셈의 의미는 분수 곱셈의 개념을 중시으로 정수 나눗셈의 개념 및 단위 개념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하나의 꾸러미 - 세트 - 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며, 저도 깊이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지식 꾸러미가 중요한 까닭은, 학생들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해야할 개념이나 원리는, 그 하위에 또다른 개념이나 원리와 연계되어 있는 까닭에, 만약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에, 그 하위의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학생은 결국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수학의 연계성이죠.


이것이 심화되면, 학생들은 유형에만 집착하게 되고, 문제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주요한 개념과 원리를 보지 못한 채, 유형을 따로따로 학습해나가야하는 상황에 이르릅니다. 그런데 시험에는 연습한 유형대로 문제가 나오지 않죠. 유형을 아우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유형을 아우르는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동은 결국 문제 해결에 이르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형별 수학 문제집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유형 연습을 하지만, 결국 유형을 아우르는 문제 앞에서 포기해버리게 됩니다. 유형별 수학 문제집은, 학원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유형을 해결하지 못하면, 같은 유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풀려서, 그 유형을 외우게라도 만들어서, 아이도, 학원 강사도, 부모도, 모두 착시 현상에 빠지게 만드는 - 이제 이 유형을 해결했어 -, 그러나 이 아이는 유형을 아우르는 문제 앞에서, 결국 자신이 문제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암기하였기 때문에 개념과 원리를 이용하여 문제 해결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을 결국 깨닫지 못한 채, 왜 다 풀어봤었는데 시험은 못 보지, 라면서 좌절과 절망을 깊이 느끼게 되고 말지요. 


물론, 어떤 아이들은 그런 수학 문제집을 통해서도 유형 외의 문제를 잘 풀어냅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은 약간의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센스 Sense 를 가지고 문제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아이들일 뿐, 그런 아이들이 전체 아이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을텐데, 모든 학생들이 그런 방식으로 문제 해결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돌아가더라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효율적인 학습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경험하고 시도해보면서, 개념과 원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한다는 것이겠고,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이 교사의 몫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수준에서,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교사가 수학적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기초적이면서도 깊고 폭넓은 수학적 사고의 역량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아이들이 비록 학습 역량을 향상시킬 수 없을만큼 어릴 때, 섣부르게 아이를 재촉하는 것보다, 아이의 발달 단계가 왜곡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아이를 허용하는 태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 중에 무엇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냐하면, 저는 아이들의 발달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강요당하는 학습 역량의 향상 압력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자유롭게 사고의 외연을 확장시켜 나가고, 사고의 내면을 깊이있게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교사가 게으를 수는 없으니, 교육과정 연구와 교재 연구를 통하여 아이들에게 방법적 지식 이전에 개념과 원리를 먼저 안내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하며, 그것을 위해 교사가 먼저 공부하고 연구하여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이 책의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수업 모델을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교수하여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저자가 강조하는 바입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교사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교사에게 중요하지 않은 과목에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수학은 개념의 엄밀성과 함께 개념간 연계성이 다른 과목에 비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현재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자신의 수학적 역량을 향상시킴으로써, 학생들이 공교육 바운더리에서 개념과 원리 중심의 수학 학습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조금 더 재미나게 수학 학습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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