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 여행 - 역사기행으로 읽는 일본사
하종문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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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갖기가 쉽지 않았던 개인적인 까닭을,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여러 차례의 침략과 그를 대하는 무례함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1592년의 임진왜란, 1876년의 운요호 사건을 기점으로 한 국권의 침탈, 그리고 왜구의 긴 기간에 걸친 약탈 등이, 명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일본은 아직도 우리나라에게는 가깝고도 먼 나라임에 분명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이유가 일본과 일본 역사에 대한 저의 무지함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일본은 있다(서현섭)], [일본은 없다(전여옥 씨의 표절작품으로 드러난)] 정도의 일본 개설서 - 게다가 [일본은 없다]의 경우에는 저자의 표절이라는 윤리적 흠결까지 - 를 가지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 수도, 알기도 어렵다는 생각을 요 근래에 해보게 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벌써 2년째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일본 교토 여행 준비의 목적도 있을 것입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을 읽으면서, 일본 역사에 대한 대체적인 흐름을 알 필요를 느꼈고, 이런저런 인터넷 상의 추천글을 보고 이 책, [일본사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책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책의 서술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첫 부분은, 일본의 43개 현을 훗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주욱 훑으면서, 각 현의 주요한 장소와 그에 따른 사건을 간략하게 안내하는 '답사로 찾는 일본' 부분입니다. 예컨대, 어느 현의 어느 도시에는 이런 사건이 있었는데, 이런 유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 식인 것이죠.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렵고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일본 역사에 대한 좁고 부분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리적인 특징에 따라 분절적으로 제시되는 역사적 사실을 받기가 버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집중력 없이 읽으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본 역사를 기술한 두 번째 부분인 '역사로 찾는 일본' 부분과 첫 부분인 '답사로 찾는 일본' 부분이 바뀌면 어땠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더랬는데,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배치가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역사로 찾는 일본' 부분이 앞부분에 오고 '답사로 찾는 일본' 부분이 뒤에 자리잡았다면, 아마 뒷부분에 자리잡은 '답사로 찾는 일본' 부분은 사족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부분을 모아 전체를 조망하는데 사용하는 책의 서술방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초보 독자에게는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분량에 비해 독서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시도는 참 좋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한 나라의 역사는 땅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삶의 총합일텐데, 막상 역사를 배우면서도 어디에서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받아들이는 삶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그 이해의 폭이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첫 부분의 '답사로 찾는 일본'이, 뒤이은 '역사로 찾는 일본'을 읽는 내내 오버랩되면서 일본사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사를 다룬 두 번째 부분이 굉장히 알찼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다룬 여러 책을 읽어본 편이지만, 이 책은 정치사와 주요 사건을 주요한 맥으로 하면서도, 각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특징을 드러냅니다. 당시 기층민의 삶의 양상을 드러냄으로써, 당시 시대 상황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모여서 역사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반영하여 책이 이벤트에 치우치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일본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 약력대로라면 저자의 전공 분야는 현대사 쪽인데도 불구하고, 고대사와 중세사의 다양한 사건들에 대하여,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려는 의도를 글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00여쪽에 이르는 많지 않은 두 번째 부분이지만, 알차게 실어내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을 먼저 읽은 입장에서, 유홍준 교수의 책과 일본의 지명/인명에 대한 표기법이 달라서 - 예컨대, 유홍준 교수는 '어소', 이 책의 저자는 '고쇼' - 혼란스러움이 있었지만, 이 책의 저자는 표기 옆에 한자를 병기하여서 혼란이 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진 자료가 - 비록 흑백이지만 - 포함되어 있어서 이해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딱 적절한 크기와 분량의 사진과 그림, 도표 자료는 일본사에 대한 이해를 적절하게 도왔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분량은 적당하지만, 내용의 밀도는 읽기에 조금 버거운, 그럼에도 좋은 책을 통해서 일본사의 큰 흐름을 놓치는 부분 없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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