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이야기 -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로 푸는 지구의 역사 오파비니아 11
로버트 M. 헤이즌 지음, 김미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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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도서정가제 시행과 관련하여 많은 책을 사재기한(!) 바 있습니다. 그 와중에 가장 많이 구매한 책은 과학 관련 서적입니다. 마침, 수요가 많지 않은 과학 관련 여러 교양 서적들이 저렴하게 많이 판매되었고, 그래서 아낌없이 과학 관련 책들을 샀고, 그 원흉(!)이 된 책이, 년초에 읽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바로 이 책 [지구 이야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지구 이야기]는 공진화에 대한 책입니다. 보통 진화라고 하면 생물체의 진화만을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다채롭게 소개되는 생명체의 진화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광물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지구가 생겨났다고 추측하는 46억년 전부터, 지구가 우주의 여러 자극들과, 지구 속의 여러 움직임을 통해 어떻게 지구를 구성하는 광물들이 변모해왔고, 그러한 변모를 통해 지구의 생명체와 대기에 영향을 끼쳤으므로, 결국 공진화 - 공동으로, 함께 진화하였다 -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죠. 몇 억년 전에, 대륙이 이동함에 따라, 갈라진 지각 틈에서 나온 여러 생물체의 필수 원소가 조류를 번성하게 만들었고, 그러한 조류의 번성과 죽음은 조류의 몸체 속에 있는 유기 탄소가 축적되는 결과를 불러 왔습니다. 그러한 조류의 번성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소비하였고, 지구가 온실 효과의 따뜻함을 누릴 수 없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죠. 따뜻함보다는 서늘함이 많은 지구가, 해저화산들의 저밀도 대양지각의 제조로 말미암은 해수면의 상승, 그리고 그로 인한 증발과 강우의 증가로 말미암은 암석의 풍화 속도 증가, 그리고 암석의 풍화로 인해 소비되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는 더더욱 서늘해지고, 결국은 얼어붙게 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생물의 번성과 쇠퇴, 그리고 대기 조성의 변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지각의 움직임과, 광물의 변화 양상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강력한 생각입니다. 



책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꽤나 많다는 것도 시인해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5억년으로 추정되는 지구 전체의 역사를, 생명체를 중심으로 조망해왔던 지금까지의 흐름과는 다르게, 지구를 이루고 있는 광물의 변화 양상을 중심으로, 저자의 여러 개인적인 경험들을 섞어가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꽤나 흥미있게,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3십 몇 억년 전까지의 이야기의 고비만 넘긴다면, 그 다음부터는 술술 읽힐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들어왔던 지구 역사의 빈 구석을 조금 더 채운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책을 잘 추천 받았습니다. 어떻게 구매하게 되었는지는 생각나질 않지만... - 보통은 '시사인' 서평을 보거나, 알라딘의 메인 페이지를 통해 책을 구매합니다 -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요 근래에 몇 안 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번역자 후기가 독특했습니다. 보통은 의례적인 인사 또는 짧은 감상이 있는데, 이 책의 번역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 졌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 지구에게 짓는 인간의 업보(...)에 대한 회한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지구에게 조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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