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다시' 읽으려고 했던 이유는, 6월 말 실과 시간에 아이들과 전기회로 꾸미기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옛날, 제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와는 다르게, 요즘은 전기회로 꾸미기 키트가 나와서, 옛날처럼 납땜질을 할 필요없이, 블럭을 끼워서 회로를 연결하여 새소리도 나고 불도 켜지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기회로도를 배운 후에, 아이들에게 콘덴서나 트랜지스터에 대한 설명을 해줘야하는데... 콘덴서는 저장하고 트랜지스터는 증폭시킨다, 정도 말고는 지식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실은... 고등학교 다닐 때 그렇게 열심히 물리 공부를 했는데, 전류가 뭐고, 전압이 뭐고, 저항이 뭔지 배우고 V=IR 이런 것도 줄창 외웠는데... 막상 수업시간에 설명을 해주려고 하니까 기억이 가물가물... 머리가 '타불라 라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난 책이, 예전에 한창 물리/화학 기초 실험 수업을 들을 때 관심을 가지고 구매했던,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책인 [일렉트릭 유니버스] 였습니다.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책은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네 권을 번역하여 출간했었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할인판매할 때 네 권을 한 번에 구매해서는 다 읽은 책, 중간에 접은 책, 손도 안댄 책이 있는 책입니다. '생각의 나무' 출판사 하니까... 작년 이맘때 부도가 난 출판사이죠. 요즘 한창 온라인 서점에서 할인판매하는 사이즈 좀 되는 책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같은 - 이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책입니다. 상당히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책들을 냈었는데... 안타깝게 부도가 나는 바람에, 많은 도전적인 출판사들을 낙담케한 일이 벌써 작년 이맘때의 일입니다. 


여하튼... 분명히 읽지 않았다고 기억했던 [일렉트릭 유니버스]를 한 3분의 1정도 읽고 나니까,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한 번 읽었었고, 별 임팩트가 없어서 기억을 하지 못한 채, 전기에 대한 지식을 위해 다시 책을 집어 들었고... 다시 한 번, 지식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 읽기를 마쳤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인 [E=mc^2] 같은 책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문과생이다보니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대해 이해할 기회가 없었는데, [E=mc^2] 같은 경우는 읽으면서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대해서 상당히 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독후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은지가 벌써 5년 전이라 지금은 다시 가물가물한 상태가 되었네요) 그러나, [일렉트릭 유니버스]는 전기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은 아닙니다. 볼트와 와트가 나오고, 라디오와 레이더가 나오며, 한 입 베어문 사과와 트랜지스터가 나오지만, 그런 것은 관련 지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 나오는 소재일 뿐입니다. 이 책은 편안하게 전기와 관련된 여러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책일 뿐, 전기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전기에 대한 고등학교 물리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독자라면 상당히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이야깃책이라도, 트랜지스터에 대한 간단한 용어들 - 실리콘 - 도 나오고, 코일을 돌돌 감아서 전기를 흘려보내면 자석이 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전기 관련 지식이 있어야 책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문외한이 읽기에는 버거우며, 지식을 갈구하는 이들이 읽기에는 저술 목적이 어긋납니다. 따라서 이 책은 누구를 초점으로 한 책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마지막 장에 나온 '뇌 그리고 그 너머' 챕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신경도 전기적 신호로 제어되고 활동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저자는 그 작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도는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하튼... 2학기 시작과 함께 아이들에게 콘덴서와 트랜지스터에 대한 설명을 해 주려던 제 계획은, 제게 아무런 지적 도움도 주지 못한 [일렉트릭 유니버스] 때문에 실패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시 한 번 책을 탐색해서 도움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저자가 군데군데 불러들이는 이야기를 통해서, 전기에 관련된 많은 발명 뒤에는 사람 사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결국 이 책은 유명한 과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깃책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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