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안녕하세요, 언젠가 좀비가 될 여러분 : 권영욱 좀비소설집 - 문장장르소설선 5 문장장르소설선 5
권영욱 / 내친구 / 2013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안녕하세요, 언젠가 좀비가 될 여러분]이라는 책은 총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입니다. '좀비소설집'이라고 하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좀비라고 하는 존재가 의미하는 바가 아무래도 소통 없는 사회에 대한 공포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라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읽게 되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첫 편인 '고려장'은, 좀비가 된 할아버지를 산채로 파묻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짧은 소품 격의 책이며, 옛부터 흘러내려오는 고려장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것이지만, 그 결말은 살짝 뜬금없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를 싣고 갔던 리어카를 다시 가지고 내려와 잘 단도리 하는 아들. 아버지는 리어카를 불태워버리라고 일갈하지만, 아들은 덤덤하게, 아버지가 좀비가 되시면 이 리어카를 다시 사용해야 할테니 잘 보관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섬뜩함 반, 감동 반, 아버지는 아들을 그러 안고 펑펑 울게 되는데. 여기까지야 익히 아는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공무원과 국가의 행동. 미담을 괴담으로 만들어 박멸하고야 마는 정부의 이야기는, 2차 피해 예방이라는 명목하에 국민의 기본권 알기를 우습게 아는 현대 사회의 모든 정부의 행태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토론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이해 당사자 간의 중재일 것입니다. 정부는 그것을 위해서 존재하며, 국가 내부의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에서 국민 개개인으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것일진대... 뜬금없는 정부의 갑 오브 갑 행태는 씁쓸함을 주는 이야기의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편인 '좀비가 너무 많아'는 남 박사가 좀비의 불사성 연구를 진행하면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경험했던 다양한 사건들이 이야기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담겨 있는데, 간혹 천안함 사건 같은 이야기가 변주되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7편의 단편 중에 가장 읽기 힘든 편이었습니다. 과유불급... 간혹 현실과 이야기를 연결짓고 싶어하는 작가의 욕망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이렇게 직접적이면서 넘치면 글읽기가 불편함이 있습니다. 

 

세 번째 편인 '헬로, 소돔'은 성경에 등장하는 롯 이야기를 각색한 것입니다. 잘 각색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결말 부분은 이야기 전체와 맞지 않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아메리카 대륙에, 핵탄두를 투하하여 땅을 정화하기로 하지만, 버림받은 롯과 아내, 그리고 두 딸이 택하는 마지막은 성경에 나오는 그대로라서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불타오를 땅에서 마지막으로 불타오르는 세 모녀의 환희는... 마지막 멸망의 순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희망이라 불편함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네 번째 편인 '인육'은 잡아먹는 사람이 잡아먹히는 아이러니를 잘 포착한 편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의 후계자가 처하게 된 비극적 상황이, 1인칭으로 더도 덜도 없이 유쾌한 목소리로 표현되면서, 마지막의 반전까지 잘 이어진 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섯째 편인 '사랑한다는 일'은 참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편은 스포일러를 담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가지만, 가장 인상적이었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편이었던 듯 싶습니다. 

 

여섯째 편인 '호상'은, 제 습작품인 '호상'과 오버랩되었지만... 내용은 (당연히) 전혀 다르며, 제목도 중의적인 의미로,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다시 떠올린 주인공의 마음을 잘 드러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중에 유일하게 좀비 바이러스의 치료약이 개발된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덕택에 편안한 마음으로 - 좀비가 창궐하는 이야기는 역시 불편함이 있습니다 -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볼 수 있는 편이었습니다. 일곱 편 중에서 가장 현실과 잇대어 있으면서, 현실에 오버랩시킬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곱째 편인 '안녕하세요, 언젠가 좀비가 될 여러분'은, 작가가 단편집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시킬 정도로 그 완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주인공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부모님의 죽음. 자신이 처한 부조리함을 온갖 곳에 토로하고 싶지만... 좀비마저도 자신을 무시하는 상황 앞에서 안타까움을 곱씹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주인공의 심사가 이야기에서 점차 고조되다가 탁, 하고 꺾이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비'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대한 터부를 가지고 있다보니, 이야기 밑에 자리잡고 있을 흐름에 대한 이해가 없어, 약간은 짧고 서투른 독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좀비가 객체로 다루어지는 이야기보다, 좀비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작가가 좀비를 덧입고, 사회와 개인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써 주시길 기대하는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뭉글뭉글 생겼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건필을 기대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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