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에 유명한 책인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실은, 책이 나오던 시기에 구매해서 그 당시에 시간을 좀 두고 다 읽었었는데... (20101225-20110302) 그 당시에는 시간을 두고 읽다보니 제대로 된 독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커서, 지난 주에 책을 다시 부여잡고 (20130109) 금새 읽어내었습니다(20130111). 

 

책을 읽다보면, 몰입해서 집중해서 읽는 경우가 있고, 어느 정도 읽다가 보면 책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져서 듬성듬성 읽거나 혹은 읽기를 멈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가다가 책을 소화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혹은 책의 문체나 번역체가 도무지 읽기 어려운 경우도 생깁니다([자본을 넘어선 자본], [사회학에의 초대]).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책읽기 자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서 듬성듬성 읽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합니다. 

 

한참 책에 몰입하려고 하다보면 불현듯 인터넷 웹서핑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어 책을 덮고 노트북/아이패드를 열어보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열린 인터넷 웹공간은 잠시잠깐 집중했던 책읽기에 들어간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사용하도록 만듭니다. 실은, 어린이 인터넷 중독을 이야기하지만, 저를 포함한 어른들이 인터넷 중독에 더 심하게 빠진 것은 아닐지 크게 우려해보기도 합니다. 

 

여하튼, 지난 번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을 때는 몰입하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짧은 시간 동안에 책에 푹 빠져서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은, '도대체 왜 이 책이 우리나라 독서인들을 열광시켰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어마어마한 부수가 팔린 스테디셀러입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주제인 '정의론'에 대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초유의 판매 사례를 나타낸 책입니다. 어떤 이들은 '부정(의)한 사회의 흐름에 대한 고찰 및 반성에 대한 의미가 책의 판매 양상으로 드러난 것이다'라고 말하는 소리도 있었고, 그 얼마 전에 있었던 촛불집회나 정부의 여러 돌출행동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와 그 궤를 같이하여 해석해내기도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정의'하면 흔히 생각하는 '올바른 행동(미덕)'에 대한 책만은 아닙니다. 물론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미덕'이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주장하며 칸트나 롤스의 정의론 및 공리주의자들의 정의론에 이견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칸트나 롤스의 정의론은 '미덕'으로써의 '정의'와는 그 궤가 미묘하게 뒤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정의론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주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공리주의 철학과 칸트 및 롤스를 가지고 와서 정의론에 대한 전반적인 양상을 이해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자신이 이야기하는 '미덕'으로써의 정의와 비교해보게 함으로써 '정의'라는 덕목에 대한 내면적 울림을 풍성하게 해주는 책이지, '부정(의)한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책' 정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옳은 행동에 대한 주요한 세 가지 견해인 '행복'과 '자유', 그리고 '미덕'에 대하여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철학적 사유 속에 빠져보도록 합니다. 이 때, '행복'과 '미덕'이 목적론적인 정의론이라고 한다면, '자유'는 수단적이며 내면적인 정의론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공리주의자들에게 정의로운 행동이란 사회의 행복량을 증가시키는 행동이며,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해야 마땅한 행동을 하는 것이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한다면, 칸트의 경우에는 자신이 자율적으로, 다른 것의 (암묵적이거나 명시적인) 영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한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롤스는 칸트의 정의론과 그 흐름을 같이 하지만, 정의로운 사유나 행동을 위해서 '무지의 장막'이라는 조건 아래에서의 가언합의를 바탕으로 사유를 펼칩니다. 책의 이야기와는 조금 엇나갔지만, 도덕 시간에 '공정'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 6학년 8단원 - 롤스의 '무지의 장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더랬습니다. 

 

서양철학사를 보면, '미덕'과 '자유', 그리고 '행복'의 순서를 따라 연대표에 등장하게 됩니다. 고대 그리스의 목적론적 철학 사유를 뒤흔드는 계몽주의 하에서의 인간 개인의 내면에 천착하는 흐름들은, 유물론적 관점에 따른 행복의 계량으로 전화되어 갑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철학사를 주욱 훑다보면 인간 내면에 본질적인 자유를 선사하는 칸트가 우뚝 솟아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뭐, 아직 저는 현대 철학의 여러 흐름에 대해 워낙 무지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철학사에 대해 밝은 것도 아니지만, 칸트가 꽤나 주목받는 위치라는 것 정도는 주워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칸트의 이야기를 문외한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압축 요약시켜두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칸트의 편이 아닌, 가장 구닥다리 옛날 것으로 보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것에 자신의 동의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집단 - 공동체 - 을 덧입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는 정의가 단지 공정함에 대한 문제는 아니라 가치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덕목이라고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저자는 케네디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예를 통해, 개인의 종교가 정치로부터 분리되어야 하기보다는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정치적인 문제를 위하여 도덕적이며 종교적인 개인의 생각이 정치의 영역에 깊숙히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매킨타이어의 주장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는 서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공동체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충돌을 해결하는데 중립적인 견해는 문제를 회피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며, 다양한 이해관계의 이면에 자리잡은 개인의 도덕적이며 종교적인 배경을 배척하기 때문에 논의의 외부환경을 제대로 살펴볼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생각하는 듯 합니다. 즉, 공리주의자들의 계량화된 행복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개인에게서 모든 영향력을 걷어낸 후에 본연의 모습으로 선택하여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자유가 가진 개인 지향적 정의론은, 공동체가 가진 다양한 문제를 제대로 감내할 수 없도록 만는다는 논지로 저자는 '공동체'가 '미덕'을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로운 생각과 행동을 가지고 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칸트와 롤스를 조금 더 깊이 알아봐야겠다, 는 것이었습니다. [순수이성비판]이나 [정의론] 같은 책을 읽을 깜냥은 안되니... 마이클 센델 교수의 이 책을 발판삼아, 주요한 철학적 논제인 정의론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아마도 이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예시들은 학생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정의롭게 사유하고 행위할 수 있는 개인과 사회를 만들지 고민하도록 만드는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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