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수학을 배우지? - 수학교실 연구시리즈 2
김수환 지음 / 경문사(경문북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 [어떻게 수학을 배우지? (이하, 어떻게)]는 '수학교실 연구시리즈'라는 시리즈 중 제 2권입니다. 

 

 

이 책은 CGI, Cognitively Guided Instruction 에 의한 수학학습을 수와 연산 -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 의 기본적인 계산에 적용한 사례를 기술한 책입니다. CGI를 굳이 러프하게나마 해석하자면 '인지적으로 안내된 교육' 정도로 말할 수 있겠지만, 쉽게 언급하면 '구성주의적 학습방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구성주의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학습자가 스스로 하나의 개념을 구성해나가도록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하나의 개념을 만들어 온 과정이 학습자 안에서도 구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구성주의가 표방하는 바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때, 전통적인 교사 중심의 학습이 학생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CGI는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구현해가는데 있어서 교사의 안내를 받아 '스스로' 개념의 습득에 이르도록 하는 방식의 교육을 일컬으며, 이 책은 수와 연산의 초보적인 -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 - 과정을 어떻게 학생 주도적으로 돌파해내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우선,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의 문제 유형을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덧셈과 뺄셈의 문제 유형으로는 첨가하기, 덜어내기, 부분/전체, 비교 문제의 네 가지 큰 틀 아래 총 11가지 유형으로 문제가 나온다고 안내하고 있고, 곱셈과 나눗셈의 문제 유형으로는 곱셈, 측정 나눗셈(포함제), 분할 나눗셈(등분제) 문제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와 연산 문제에 있어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이루어진 문제 풀이 방법을 경험하도록 이 책은 안내하고 있습니다. 

 

모델링 전략 - 수 세기 전략 - 수에 관한 지식

 

모델링 전략은 (문장제) 문제에 있어 문제에 나오는 수를 구체물을 활용하여 직접 연산하도록 하는 문제 풀이 방식입니다. 예컨대, 비둘기가 세 마리 있었는데 다섯 마리가 더 날아온다면 비둘기는 모두 몇 마리가 되겠는가? 같은 문제가 주어질 때, 학생은 산가지 혹은 바둑돌 같은 것을 사용하여 비둘기를 대신 나타낼 수 있습니다. 구체물을 활용하여 이렇게 직접적인 계산을 하다보면, 학생은 자연스럽게 구체물 없이도 계산을 할 수 있도록 안내받게 되고,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 세기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수 세기 전략이 체화되면 학생은 두 자리 이상의 계산에서 자신이 취득한 전략을 지식으로 하여 확장된 연산을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단계를 '수에 관한 지식' 단계라고 일컫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 풀이 방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곱셈 문제에 관련된 수에 관한 지식은, 십진기수법으로 일컬어지는 자리수의 확장으로 연계가 되면서 학생들의 수개념은 확장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이 교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사례를 통해 안내하고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여건 상, 학생 주도적인 수학 수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참 많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교육과정 상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성취기준이, 학생 주도적인 수학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학기 동안 수학 수업을 해 본 결과, 학생 주도적인 수학 수업을 하기에는 여덟 단원이나 되는 학습량이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어떻게]에서 나타나는 CGI가 고학년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수와 연산을 다루는 클래스의 경우에는 학생 간의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교사의 효과적인 안내에 따른 학생 주도적 수업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 학생들의 편차는 천차만별이 되고, 교사는 학생들의 편차에 따른 유형화가 불가능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교사의 안내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나 한 반에 3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에게 개별화 수업은 난망합니다. 32인 32색을 수학 수업 시간에 보여주었던 저희 반 학생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클래스의 사이즈가 줄어든다면, 고학년 과정에서라도 힘들게나마 학생 주도적인 개별화 수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규모로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이미 선행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워야 할 것을 누군가에게서 '지도받고' 왔다는 사실입니다. 교실 수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누군가에게서 배워온 지식은 기실 사상누각이며, 그러한 지식이 스스로 쌓아올려진 것이 아니라면 다시 쌓아올려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십수년간의 사교육 경험을 통하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학생 주도적인 학습이 이루어졌을 때 향상된다고 (거의) 단언할 수 있습니다. 여지를 두는 것은, 교사 주도적인 학습에 의해서도 실력이 향상되는 학생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학생은 5%도 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생들은 스스로 수학 지식을 구성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학년을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한글 습득이 늦어도, 조금만 수학 계산이 서툴러도, 큰일이 난 것마냥 부산스레 대책을 세우고 추가적인 학습량을 투입하기에 급급한 우리나라 사회에서, 수를 처음 만나는 시간부터 천천히 차근차근히 수를 이리저리 엮어보고 만져보면서 스스로 '수에 관한 지식'을 쌓아올려가는 학생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어차피, 학습량을 산더미처럼 밀어넣어도 안된다면... 천천히 학생 스스로 '수에 관한 지식'을 쌓아올려가도록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것은 어떨까, 라는 발상의 전환을 의욕하게 됩니다. 

 

 

결국 CGI를 구현하기 위하여 연구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학습 여건에 비추어보자면, 부진아 학습, 그리고 개별화 수업에 관련한 부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 쪽 방향으로 관련된 책들을 보면서, 교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CGI를 구안해 볼 생각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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