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쟁 - 오늘의 유럽을 낳은 최초의 영토 전쟁 1618~1648
C. V. 웨지우드 지음, 남경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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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찌보면 세계 역사의 큰 흐름을 결정지었다고도 볼 수 있는, 30년 전쟁에 대한 책입니다. 책의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는 바처럼, 중세의 질서였던 '종교'가 그 역할을 다하면서, 이제 종교 아닌 '국가'가 새로운 질서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만든 계기가 바로 30년 전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아니, 저자의 생각과는 달리 '국가'보다는 '민족'이라고 보아야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생활에 큰 헤게모니를 휘두르는 '민족'이라는 키워드는 바로 이 때부터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전까지 민족이라는 개념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30년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신성로마제국의 경우, 오스트리아부터 독일의 여러 제후국들을 다 아우르고 있는 방대한 영토였지만, 그들을 묶은 것은 민족이라기보다는 전통이라고 보아야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30년 전쟁이 벌어지고,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에스파냐 등등의 주변 국가들이 다 독일 땅으로 덤벼들면서 독일은 전통을 대신할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즉, 30년 전쟁 이전의 독일 땅에는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울타리에 둘러싸인 제후국들이 존재하였고, 그들 사이에는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전통의 끈으로 묶여 있었지만, 30년 전쟁이 진행되면서 이제 독일땅에 사는 이들은 '우리'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프로이센의 통일로 결실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과정 가운데, 어떻게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왕조)와 독일 제후국 사이에 심정적인 장벽이들어서는지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스물 여덟 살에 이 책을 썼습니다. 다양한 참고 자료들을 사용하여 전쟁 이전과 전쟁 과정, 그리고 전쟁 이후를 자세하고 지루하지 않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량의 책은, 원래 읽다보면 지치고 루즈해지는데, 이 책 같은 경우에는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매력을 가진 책입니다. 그것이 저자의 역량인지, 혹은 마치 중국의 고대사를 보는 듯한, 다양한 인물과 제후국, 주변 국가 및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 자체의 매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길지 않은 시간에 - 1주일 - 짧지 않은 분량의 책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저자의 인물평이 엇갈리거나 모순되는 경우들이 간혹 느껴지기도 하였고 - 가령 한 인물에 대한 사건마다의 촌평이 엇갈리거나 일관되지 못하고 약간 핀트가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 저자의 견해가 지엽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30년 동안 등장인물도 어찌나 많은지... 독서에 텀을 두었다면 아마 주요 인물들이 기억나지 않아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역명은 정말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책의 표제부에 관련 지도가 있었지만, 지도를 참조하면서 독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도도 당시 지도인지라 현재 지명과 매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꽤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울러, 정치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어, 일상사 혹은 경제·문화사 관련한 정보를 얻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시대에 대한 저자의 뚜렷한 통찰이 보이지는 않으며, 이벤트 중심의 서술이 이루어진데 대한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중세와 근대를 가로지르는 가장 주요한 사건 중 하나인 '종교개혁'이 직접적으로 서유럽의 역사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는 - 또한 '신대륙의 발견'이 기반이 되어 발발하게 된 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는 - 이 30년 전쟁에 대해서 이만큼 잘 정돈하여 쓴 책을 쉽게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로, 30년 전쟁에 대하여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드게임 취미를 가지고 있고, 보드게임 중에서 30년 전쟁을 테마로 한 다양한 게임이 있는 터라 - Here I Stand, Revolution: the Dutch Revolt 1618-1648, Wallenstein 등 -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역자인 남경태 씨는, [개념어사전]의 저자이며, [생각의 역사]의 역자로서, 두 권 다 좋은 인상을 가졌던 책에 관여하였던 분인지라, 역자의 안목을 믿고 책을 고른 부분도 있음을 언급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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