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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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저자 스스로도, 이번에 새로 쓰여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이하, 답사기 6)] 이 시즌 2의 시작이라고 책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 바, 단연코 시즌 1 (1권부터 3권까지)은 위의 저 인용구로 대표할 만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이래로 역사학도를 꿈꾸었고, 비록 대입 때 부모님의 반대로 역사학과에 진학하지는 못하였던터라, 지금의 인생항로는 역사학도로서의 길과는 큰 차이를 둔채로 걷고 있는 바이지만, 지금도 심심찮게 역사 관련 교양서적들을 보면서 아마추어 역사학도로서의 정체성을 가져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겸손(!)하게 이야기하지만, 대학 초년생때만 하더라도, 어줍잖게 줏어 알고 있는 역사 관련 지식으로 여기저기 나불대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1995년에 처음 손에 쥐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과 2권은, 제 대학 인생 독서 중에 가장 큰 의미를 준 책이 되었습니다. 


[답사기]가 제게 가장 충격을 주었던 부분은, 삶 속에서 역사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책은 줄창 읽어, 사건과 연대, 흐름과 줄거리는 꿰고 있었지만,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체취와 흔적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던 저의 모습 때문이었으며, 실제로 제가 깊이 천착했어야 하는 역사학이란 바로 사람 냄새가 나는 것에서 시작했어야 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도처를 다니면서, 지금까지 이 땅을 살아낸 분들이 남기고 떠난 흔적들과, 지금 그 흔적들 사이에서 이 땅을 살아내고 있는 분들이 만들어가는 역사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온 제 자신에 대한 큰 부끄러움을, [답사기] 시리즈는 제게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자는 오랜 공백기(!) 끝에,


인생도처유상수


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다시 우리에게 사람 사는 냄새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답사기]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라면, 위에 쓴 바와 같이, 글 속에서 진하게 사람 냄새가 난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저자의 가족이, 때로는 답사지를 지키는 분들이, 혹은 우리나라 문화재를 지키고 알리기 위해 헌신한 우리나라 사람부터 외국 사람까지, 유명한 이부터 무명한 분들까지, 일제시대의 탐욕스러운 모습으로서가 아닌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가진 일본인부터 이 땅을 살아내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분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역사를 하얀 종이 바탕 위의 검은 글씨로써가 아닌, 우리가 발딛고 사는 이 땅에 함께 발딛고 서있는 동반자로서 소개하고 안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부분이 [답사기]가 우리를 뜨겁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즌 2에 접어들면서, 특별히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는 군데군데 순간순간에 우리를 크게 깨닫게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상수(고수?!)가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수는 유명한 분들일 수도 있지만, 비록 이름은 없어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늘 있는 분들이기도 하고, 우리가 그런 분들께 겸손하게 귀기울일 때 더 큰 앎과 삶을 알고 살아낼 수 있음을 저자는 은연중에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의 도처에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그런 흔적으로써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면, 역사학이라는 과목도 딱딱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사람 냄새나는 것으로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번 [답사기 6]은, 이전에 나오던 시리즈와는 다르게 사진 자료가 칼라로 나왔습니다. 책 속의 사진을 조금 더 실감있게 보게 된 것이 기껍습니다. 물론, 시리즈의 이전 권들도 이번에 새로 다 개정되어 칼라풀하게 나왔습니다. 이미 시리즈 이전 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처지라 다시 구입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요즘 [답사기]에 나오는 답사처를 한 군데, 두 군데씩 몸으로 느끼고 다니는터라, 굳이 사진 자료가 칼라일 필요까지는 없다는 자기 위로(!)를 해보게 됩니다. 하하.


[답사기] 4, 5권은 북한 문화유산답사기라서, 엄밀하게는 이 시리즈에 들어가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저자가 자주 다니던 곳이 아닌 곳에 대한 답사기라 그런지, 사람 사는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어서, 저는 북한 문화유산답사기는 한 번 읽고 더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6권은, 다시 저자의 발길이 가득 담긴 장소로 구성된 터라 글이 더 잘 읽히는 부분도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저자가 주말에 기거하는 장소인 부여 편에 대한 답사기가 있어 특히 유심히 잘 봐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봄에 공주-부여를 묶어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려다가, 부여를 다녀와야 할 곳을 몰라 공주만 다녀온 바 있는데, 이번 여름 휴가를 부여에서 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반가왔습니다. 


또한, 서울 사는 분들에게 희소식이 될, 경복궁에 대한 자세한 답사기가 있어 반가왔습니다. 매년 경복궁에를 가족들과 함께 다녀오는데, 다음 방문때에는 조금 더 '알고' 둘러볼 수 있을 듯하여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매 분기마다 꼭 하루 이틀은 가족들과 함께 국내 이곳저곳을 둘러볼 요량인데, 그 때마다 [답사기]의 글들이 좋은 안내글이 되어주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답사기] 발간을 기대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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