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대학생 신분으로 지낸지 올해로 물경 13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제 인생의 삼분의 일이 꼬박 학부생 - 대학원에는 발도 못 디뎌보았군요... (쿨럭) - 신분이었으니 짧지만은 않은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지난한 대학생활 중,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첫번째 독서를 꼽자면 단연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하, 답사기)]입니다. 


저자인 유홍준 씨는 문화재청장을 지낸 학자입니다. 물론, 저자가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던 임기 말에 숭례문 전소 사건이라는 센세이션한 사건이 있었기에 그 임기를 호평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야말로 저같은 이에게 우리 땅과 우리 문화가 소중하다는 것을 깊게 새겨볼 수 있게 한 계기를 마련해 준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학자가 꿈이었습니다. 비록 대입원서를 쓰는 와중에 부모님과의 마찰로 원하는 역사학과로의 지원은 좌절되었지만, 누구보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를 사랑하는 이라고 감히 생각하였었습니다. 그러나, [답사기]를 읽으면서 제 자부심이 그다지 내세울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더랬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역사는 사건으로의 역사, 연대기로서의 역사일 뿐이었지, 삶의 한 조각으로서의 역사, 나를 감싸고 있는 역사는 아니었던 것임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무수한 연대와 사건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 곳에서 그 시간에 살았을 이들의 삶과 사랑과 아픔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는 것을 [답사기]를 통해 알게된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땅을 조금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해 준 책, 그 책을 쓴 저자가 작년 말에 새로운 한국미술사 통사를 출간했다는 것을 전해듣고는 한달음에 사서 두달음에 읽다가, 마지막 부록을 남겨둔 채 신학기를 보내던 중, 비로소 오늘 부록 몇 페이지를 읽어버리고는 짧은 감상기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유홍준 씨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이하, 강의)]의 감상평입니다. 



지난 4월 초,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 대전에를 방문하게 될 일이 생겼습니다. 결혼식이 점심 언저리인지라, 조금 일찍 출발해서 공주를 들렀다가 결혼식을 보고 부여를 들러 집에 올 일정을 계획하였는데, 시간이 여의찮을 듯 싶어 오전은 대전을 둘러보고 결혼식 후에 공주만 다녀오고 부여는 다음을 기약하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무녕왕릉과 국립공주박물관, 그리고 공산성 유적지를 방문하면서, 저는 와이프에게 무녕왕릉과 웅진 백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이 책, [강의]의 덕분입니다. 


[강의]는 선사시대 유적부터 통일신라, 발해 시대까지의 미술 작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 스러졌을 많은 회화 작품보다는, 아무래도 조각들을 주로 다루고 있고, 그 조각들이 자리잡고 있던 사찰과 고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강의]는 선사시대와 청동기시대(고조선), 원삼국시대와 삼국시대, 그리고 남북국시대를 아우르는 중에 우리 조상들의 생과 사를 보여주는 사찰과 고분들, 그리고 그 곳에서 산 자와 죽은 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는 벽화와 불상과 상징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유물과 유적으로서의 미술 작품이 아닌, 살아온 나날의 흔적을 담뿍 담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은 십 수년 전에 읽었던 [답사기]의 일정부분 영향을 받은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답사기]를 읽으셨을터라, 그 책 속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흔적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다들 공유하고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 땅 곳곳에 흩어져있는 무수한 조상들의 흔적 속에 잠시 몸두고 오는 것만으로도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을 벅차게 느낄 수 있음을 많은 분들이 동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답사기]보다는 훨씬 딱딱하고, [답사기]에 나왔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는 많이 배제된 편입니다. 아무래도 책이 쓰여진 목적이 미술사 통사의 목적이라 그렇겠지요. 그러나, 나오는 도판이 계속 [답사기]와 오버랩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상기시켜준다는데에서, 특히 [답사기]를 뜻깊게, 재미나게 읽으셨다면 읽어보셔도 무방하리라 생각하며,


공주 무녕왕릉 앞에서 와이프에게 세세한 설명으로 멋진 남편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저처럼, 조금은 도움이 되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홍준 씨의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 바가 있습니다. 한 번 다녀온 장소는 한 번 더 다녀오도록 하자.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번에 끝낼 생각을 하고 가서는, 설명을 주룩주룩 읽고 머릿속에 기억하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보고 오려고 했었지만,


지금은 마음 편하게 몸두고 둘러보다가 와서는, 다음을 다시 기약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아직 아이들이 어린터라 유물과 유적지를 몸으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몸두는 습관을 들이다보면 자연스레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그리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하여 유물과 유적지에 대한 조금 더 나은 앎을 얻고 몸둬볼 수 있어 흐뭇하게 생각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