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김상복 지음, 장차현실 그림 / 21세기북스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어제(3/10)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내일(3/12)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보고서는 집 옆 구립도서관에 가서 오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책의 주문을 취소했습니다. 

이 책은 [도덕과수업Ⅰ]의 첫 과제로 제시받은 것입니다. 이 책에 대해 선생님께 대략의 코멘트를 받은 후에 했던 생각이, 이 책을 사 두었다가 우리 아기들이 큰 다음에 읽히면 좋겠다, 라는 것이었던터라 책을 구매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은 두 딸들이 커서 읽을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오히려, 딸들에게는 읽히고 싶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저는 올해 환갑을 맞이하시는 부모님이 계시긴 합니다. 독자(讀者)를 책의 화자 격인 귀여운 중1, 중3 학생들과 같은 위치에 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이제 부모님과는 시쳇말로 '함께 늙어가는 처지'인지라, 그리고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장남의 처지에 부모님께 살가운 말로 위로하는 역할보다는 든든한 바위 같은 위치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라, 독자는 귀엽고 깜찍한 중1과 중3 학생들의 상대역으로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두 딸이,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런 모습으로 커 나가게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중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수업을 듣는 앳된 동기들도, 자신들을 향한 칭찬과 격려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저는 시대의 경향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처와 아픔도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인간상을 원하고 있는 이 시대는, 따라서 개인을 더욱더 이질화시키고 파편화시키는 시대입니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쉽사리 털어놓을 곳 없이, 내상(內傷)을 스스로 어루만져야 하는, 공동체성은 점차로 희미해져가고 개인의 존재감은 공동체의 보호를 받을 여지도 없이 내팽겨쳐져있는 이 시대이기에, 우리는 따뜻한 말, 진심이 담긴 한 마디를 하지도, 받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입에 발린 격려나 칭찬이 아닌, 따뜻함이 담긴 - 무뚝뚝하게 던져질지라도 - 말 한 마디 던지기 버거워하는 현재의 제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엊그제 정기보험에 가입하는데, 보험설계사가 '가족에게 남기는 말'을 적으라고 하길래, '소영아, 사랑해!' - 제 와이프 이름이 '소영'입니다 - 를 적고는 와이프 보지 못하게 재빨리 접어서 보험설계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제 감정을 표현해보아야겠습니다. 와이프에게도, 아직은 말이 통하지 않는 다섯 살, 두 살짜리 제 두 딸아기들에게도. 그래서 제 두 딸이, 혹여 중학교에 진학해서 도덕 선생님에게 '칭찬일기'의 숙제를 받았을 때, '선생님, 아빠 엄마에게 따뜻한 감정을 건네는 것은 당연한거 아닌가요?'라고 의아해 할 수 있도록 저도 따뜻한 진심을 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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