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지음 / 책벌레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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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미네르바라는 분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파일은 가지고 있지만... 하도 여러 글들에서 그 분의 글에 대한 분석들을 보다보니까,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막상 읽어보려고 마음을 먹게 되지는 않네요.

그래도 미네르바 님이 추천하셨다는 책들은 메모해두었습니다. 그 중에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를 한 번 다 읽었습니다.

일단, 요즘 제가 (정치)경제학 쪽의 책을 이런 저런 것들 읽어가다보니까, 책 자체가 아주 새롭게 읽혀지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과정 가운데 흑사병 같은 경제 외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과,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인클로저 운동 등의 작용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바입니다. 거기에 뜨거운 불길을 끼얹은 것이 산업혁명이며, 그 전초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상업혁명이기도 합니다.


뭐 그럭저럭 요약하는 것은 별다른 독후감상문이 되지 못할 터이니.

일단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은, 1930년대 한창 대공황의 파고를 건너넘던 시기의 미국 사회를 시간적 배경으로 쓰여진 책 치고는, 지금 읽어도 심정적으로 시차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에서의 충격입니다. 책 p190 에 이런 문구가 있네요.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정말이지 출생의 특권은 폐지됐지만 사업의 특권이 그것을 대신했다.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귀족과 교회 세력이 그 자리를 내어준 이후에, 부르주아 세력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을 저자는 위와 같이 요약하고 있습니다. 신분의 특권은 없어진 대신, 그 특권은 돈을 가진 이들에게로 옮겨갔죠. 이것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부(富)가 부(富)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프랑스 대혁명의 시기인 근 220여년 전에도, 뉴딜 시기인 80여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몇천억씩 해먹어도 휠체어 끌고 유유히 법정에서 무죄 판결 받고 유유히 사라지는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유명한 탈옥수 모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죠.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책은 급격하게 자본주의로 대체되는 사회가, 실은 봉건주의의 어두움보다 더 큰 어두움과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네. 보통 이런 부류의 책들은 선동적입니다. 왜냐하면 주류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선동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언외언을 짚어보면 선동적임에 분명하지만, 그런 느낌만이 전부가 아닌 까닭은, 저자가 진중한 자세로 담담한 어조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역사적인 경제현상을 분석적으로 기술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글이 주는 선동적인 느낌은, 어떻게 보면 저자의 의도라기 보다는, 그냥 현실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가능성이 더 크겠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알고 있는 이야기가 꽤나 있음에도 이 책을 읽으면 분명히 자본주의의 주인인 자본가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저자는 자본가들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제시하고 있으며, 설득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심정적으로 무산자에 가까와서 그런지, 아니면 저자의 언외언 때문인지, 그런 설득에 설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감정적으로 흘렀는데... 이 책은 대공황을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던 시기 - 독일 등은 파시즘의 방식으로, 미국 등은 대규모 토목공사 등으로 - 의 여러 움직임들을 편들지 않고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당시로서는 최신의 경제학자 이론을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그 속에서 저자의 언외언을 읽어내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자는 정말 담담하고 진중하게 모두의 입장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히, 케인즈나 하이예크 같은 이들의 이름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독서 중에 맛볼 수 있는 기쁜 손님 같습니다.

결국, 세계대공황이 80년 만에 다시 이 땅을 찾은 작금의 현실에서 지금 이 책을 읽어보는 분이 계시다면, 80년의 시간적 격차 따위는 무시무시한 대공황이라는 공통점 앞에서 촌음의 시각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80년의 격차는 격차일 뿐입니다. 케인즈 이론에 기반한 복지국가이론이라든지,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 등의 경제 상황이 책에서 언급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최신 현상들을 머릿속에서 지운다면 정말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한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가와 화폐가치 변동에 대하여는, 올해 MB정부에서 어설프게 주장했던 환율주권론이 (지금 이 상황에서) 얼마나 서민들의 삶에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를, 상업혁명 당시의 화폐발행 상황에 비추어 볼 수 있으실 것입니다.

소위 '낙수 효과'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하루에 열 몇 시간 씩 - 저도 (소위) 대기업을 다니면서 8시 출근에 8시 퇴근을 밥먹듯이 해도 고작 받은 임금은 하루 9시간 분 뿐이었음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자그마치 화이트 칼라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열 몇 시간 노동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일하면서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했던 - 저는 그래도 나름 넉넉하게 받았습니다만... - 사람들이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물어보고 싶네요. 책의 p230에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산업혁명 시대에 소위 가난한 사람들의 벗이라고 일컬어지던 영국 국교회의 부주교 페일리라는 이의 말이라고 합니다.)

"오로지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개선만이 바람직한 변화다. (중략) 그리고 산업이 성공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이룩된다. (중략) 공공질서와 평온 속에서는 (중략) 이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밖의 상황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중략) 부자들의 지위나 재산을 탐하는 것, 그것들을 폭력이나 공공연한 소동과 혼란을 통해 탈취하고 싶어할 정도로 탐하는 것은 사악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이것은 영국의 노동자 계급이 혁명을 꿈꾸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프랑스 대혁명의 영향을 영국의 노동자들도 받을까봐 지레 겁먹은 부주교의 언급이었다고 하죠. 그러나, 저 말 속에서 우리는 (소위) 가진 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서 상위 2%를 옹호하는 의미의 대표격인 '낙수 효과'를 반추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임금 상승은 대개 탄압에 부딪히는 의식적인 대중 행동으로'만 '획득'(p 132) 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코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얻은 이윤 - 마르크스 식으로 말하면 잉여노동시간으로 낳은 잉여 가치 - 은 결코 노동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것을 저자는 C(총자본)=c(불변자본)+v(가변자본) 의 공식으로 알기 쉽게 독자를 '납득'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R&D, 시설 증설 등으로 끊임없이 증가하는 불변자본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 자본가들은 (그나마 줄이기 쉬운) 또 다른 불변자본인 임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개발하겠죠. 작금의 비정규직 문제가 독서 중에 오버랩되었습니다.


네. 이 책은 진중하고 상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하게 현상을 분석하지만, 읽고 나면 '납득'되어 버립니다.

서가에 한 권 정도 가지고 있다면 두고두고 읽어볼만한 책이고, 글의 말미 부분은 1930년대의 대공황 당시의 여러 이론들을 잘 요약하고 있으며, 이 공황의 끝은 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측도 (명확하게는 아니지만)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 현상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기본 용어나 개념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책이기도 합니다.

짧게 쓰지 않을까 했는데 글이 두서없고 공격적이며, 길어졌습니다. :D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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