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평점을 주다보니까... 계속 별 네 개만 찍게 되네요. 아무래도 일장일단이라서 그런가보죠.
 

일단, 어제 '핀란드 역으로' 를 다 읽은 다음 바로 시작한 책입니다. 시사IN에 잠시 소개된 책이기도 하구요.  

황우석 氏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습니다. 문과생인데다가, 처음부터 주목하지 않으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라... 그래서 드라마도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보지 않게 되거든요. 덕택에 황우석 氏에 대해서 처음부터 접하지 않은 탓에, 2005년의 PD수첩 사건이 있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갔었지요. 실은 이 책도 보려고 본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빌리려던 책이 없어서 빌리게 된 것일 뿐인데... 

일단 책을 잡고 나서 쉼없이 읽어제쳤다는 말부터 합니다. 다른 말로는 상당히 흥미있었다는 말이고, 또다른 말로는 가볍게 읽기에 좋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시 읽게되지는 않을 듯해요. 왜냐하면, 이제 다 알았으니까.  

지식을 전달해주는 류의 책입니다. 사유를 던져주긴 하지만, 디테일한 사건에 대한 사유가 아니라 포괄적인 류의 고민 말입니다. 


요즘 삼성의 전임 법무팀장이던 김용철 氏가 내부고발자의 지위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 책도 내부의 고발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황우석 氏와 함께 일하던 연구원 중 한 사람이 바로 그입니다. 나중에는 부인까지 - 부인도 함께 연구하던 간호사였구요 - 고발에 참여합니다. 

김용철 氏만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처지인데, 2005년 당시에는 더했던 듯 싶습니다. 내부고발자인 두 사람 다, 자신의 직장을 잃고, 이 책이 쓰여지던 당시에는 무직자로 있는 상태였으니까. 책을 덮으면서, 과연 이들이 지금은 안정된 직장에 다시 취업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울러, 과연 내부고발자가 도덕적/윤리적으로 지탄받는 분위기가 맞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말이죠.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온정주의라고 생각되는데... 가족이니까... 라는 커뮤니티 의식이, 내부고발자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듯해요. 실제로, 그들에게 가해지는 비난 대부분이 그런 부분에 대한 것이니까요. 보스를 배신했다, 먹여살려주던 직장인데 그럴 수 있느냐... 물론 처음에는 다니는 직장에서 '짤리는' 일부터 고민하겠지만... 옳지 않은 일, 특히 속해있는 집단이 사회 전체를 기만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책임있는 사람이 책임있게 하는 발언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황우석 氏의 거짓말을 고발한 PD수첩의 용기보다는,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한 사람의 진실이 이 사회에서 대우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책이 흥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사건 자체가 워낙 큰 반향을 일으켰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책을 쓴 한학수 氏가 책을 단순한 사건 중심의 나열로 그친 것이 아니라, 사건의 핵심이 되는 다양한 생명공학 지식들을 사건의 얼개 속에 잘 버무려서, 일반인들도 사건의 정확한 실체에 다가가도록 한 글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 문과생(!)인 제가 읽기에도 버겁지 않았는데, 읽고 난 후에 돌이켜보면 상당히 많은 생명공학의 용어들을 접하면서도 어려움 없이 독서할 수 있었던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아울러, 탐사보도를 담당한 PD 답게 글 자체도 탐사보도 식으로, 즉, 황우석 氏가 거짓말장이라는 대명제를 보여준 후에, 사건의 추이를 차근차근히 감질맛나게 보여준 것도, 책을 쉴새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한 요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한 편, 불만이라고 한다면, 저널리즘에 입각한 책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게 쓰여진 면모가 있어서, 사건의 객관적인 실체보다는, 사건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학수 氏의 비망록 격으로 책을 읽게 되더군요. 물론, 저는 책을 읽으며 황우석 氏의 거짓말 행각에 분노하였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작가와 동일시되어 책을 읽긴 하였지만,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주관적인 색깔이 상당히 강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황우석 氏를 옹호한 많은 언론들의 무책임함과, 권력기관 - 작가는 청와대를 지칭하고 있지만 - 의 비균형적인 언행은, 내내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학문적 진실, 학자적 양심. 황우석 氏가 온 나라를 기만한 사건의 이면에는, 당연하게 여겨야 할 것들을 결여한 한 노회한 (학자의 탈은 쓴) 정치인의 작태를 비호하고 옹호한 다수의 언론/권력의 몰지각한 행동이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권력은 선거로 심판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과연 썩은 언론 - 작가는 조선일보를 지칭하고 있지만 - 은 누가 심판해야 합니까? 그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보게 된 책이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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