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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역으로 - 역사를 쓴 사람들, 역사를 실천한 사람들에 관한 탐구
에드먼드 윌슨 지음, 유강은 옮김 / 이매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시사IN 의 소개로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맑스와 엥겔스, 그리고 레닌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그들이 이야기 한 바, 사상, 그들의 믿음 등등등.
사실 지금 시대에 맑스/레닌주의는 큰 반향을 일으키는 화제는 아니죠. 구소련의 몰락과, 중국의 흑묘백묘론, 그리고 북한의 주체사상 등... 본원적인 맑스주의는 레닌과 트로츠키의 죽음과 함께 끝났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편린만 들여다 보았을 뿐, 실제로 맑스/레닌주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소개받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맑스/엥겔스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역시 '자본'을 읽는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걸 바로 접하기엔 부담스러운 나머지 한다리 거쳐가려고 잡았던 책이, 리라이팅 클래식의 자본을 넘어선 자본, 그리고 이 책입니다. 이진경 氏의 자본을 넘어선 자본은 결국 읽다가 접었는데, 내용의 난해함 때문이 아니라 문체의 짜증남 때문이었습니다. 적확한 표현이 아닌, 설의적인 - ... 이지 않을까? ... 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등의 - 표현의 남발 탓에 내용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였죠. 결국 다 읽게 되겠지만, 그래도 비추천하고 싶고... 그 책을 중간에 접고나서,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된 것입니다.
'핀란드 역으로' 이책은 본격적으로 맑스주의와 레닌주의를 소개하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기대했던 바와는 달랐던 것이죠. 작가인 에드먼드 윌슨은 저널리스트라고 합니다. 저널리스트답다고 해야하나요? 번역 탓일 수도 있겠지만. 문체가 건조합니다. 입안 가득 기름을 넣고 있다가 삼키는 느낌 같은 거에요. 맑스주의를 독일사상 - 특히 헤겔 - 과 연관하여 서술하고 있고, 맑스주의를 비평하고 있죠. 그래서 아무래도 맑스와 엥겔스 본연의 모습보다는 마치 색안경을 쓰고 보는 세계처럼 작가의 생각으로 평가된 맑스와 엥겔스를 보게 됩니다. 뭐 이런 부류의 책은 그런게 당연하겠지만, 이 책은 저널리스트 작가의 책답게 더합니다. 맑스의 본모습이 잘 안보인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제가 맑스의 본모습을 보지 못한 처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느낌은 알 수 있잖습니까?
그래서 이 책은, 맑스와 엥겔스에 대해서 알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해드리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의 본연을 알고 계신 분들이, 아, 이렇게 맑스와 엥겔스를 읽을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고 싶으실 때 좋은 책일 듯 합니다.
게다가, 레닌에 대해서는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 갔을 뿐이지, 맑스주의가 레닌에 이르러 어떻게 구체화되는지에 대한 소개는 좀 박약합니다. 역자의 말처럼, 작가는 맑스와 엥겔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은 1917년 3월 혁명의 초입에서 마무리됩니다. 맑스를 구현한 소비에트 연방의 모습까지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역사를 변혁하는 그 가슴뜀은 느낄 수 있습니다. 역자도, 이후의 역사는 독자의 몫이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천가가 아닌 사유자인 저의 입장에서는 사유의 거리가 하나 줄었다는데 대한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네요.
그러나, 책은, 초기 유토피아 사회주의자와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프랑스대혁명, 그리고 19세기의 국제인터내셔널과 관련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맑스와 엥겔스를 책이 아닌, 실제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구요. 맑스주의가 맑스와 엥겔스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보여준다고 할까요? 덕택에 본연에 대한 이해는 빈약하지만, 본연을 둘러싼 삶에 대한 이야기는 풍성합니다.
게다가, 역자의 몫이었겠지만, 책에서 인용되는 많은 저작들이, 국내에 번역되어있는 경우라면, 친절하게 각주되어있어서, 맑스주의와 레닌주의에 접근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외의 서비스(!)에 정말 감동했고, 각주에 언급된 책 중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체크해둔 책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넘기기 빡빡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러나, 노동자와 농민의 팍팍한 삶에 경제적인 접근을 이루어낸 19세기와 20세기 초엽의 이론가와 행동가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양극화 현상과 노동자/농민에 대한 과도한 착취(!)가 주는 현대적 의미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