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사in 의 소개글을 읽고 무작정 사버렸습니다. :) 실은,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에서 정태인 氏 인터뷰를 읽고 나서, 읽고 있던 '대한민국 개조론'을 잠시 접어두고, 일단 신자유주의가 뭔지 조금 알아야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마침 장하준 교수의 책을 소개받은 것이죠. 물론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대척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본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컬하긴 하지만... 일단 간접경험도 경험이니까라고 생각하고 책을 집었습니다.
 
한 번 읽고나서 사실 좀 몽롱한 느낌도 들지만 - 경제에 문외한인 제게는 좀 어렵더라구요 -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간단하게 나열해보면.
 

장하준 교수가 자신의 여섯 살난 아들을 예로 들어 하는 이야기가 일단 좀 강력했죠. 여섯 살난 아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관점에서는 아들을 노동 시장으로 내보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자유경쟁을 통해서만 경쟁력을 획득하고 결국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개발도상국 혹은 후진국에게 강요(!)하는 자유무역이라는 것이, 결국은 이런 공정한(!!) 싸움을 의도하는 것인데, 과연 (상대적으로) 여섯 살난 아이에게 그런 공정한 싸움의 룰을 강요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공정한 룰로 싸우지 않고 약간의 어드벤티지를 안고서 이 험한 세계 산업 시장에서 싸워야하는 개도국의 입장인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시민 의원이 쓴 대한민국 개조론에는 - 다 읽지는 못하였지만 - 우리나라는 GNP가 이미 2만달러에 - 비록 달러화의 약세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지만 - 육박하고 있는데, 약간의 불리함이 있더라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을 믿고 확 뛰어들어야한다, 라는 이야기에도 어느정도 감정적으로 수긍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일단 이 부분은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하고.
 

책의 다른 부분에서는 재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연이어 읽은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이야기를 하면서 더 자세하게 하고 싶은데, 일단 간단하게 언급하면, 장하준 교수는 재벌이라는 존재가, 중공업 산업을 육성하는데 필요한 존재였다는 이야기를 통해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에서의 재벌의 역할을 상당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신자유주의에 의하면, 모든 국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키우는 것이 시장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그것은 실은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 있으며, 모든 개도국 혹은 후진국은 비용대비 생산성이 월등한 제조업을 육성하지 않을 수 없으며, 제조업이라는 분야는 뿌린대로 당장 거둘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 수익 없는 자본이 많이 투입되며, 따라서 신자유주의자들이 그토록이나 싫어하는 공기업 구조를 통해 초기 투자를 감행하거나, 혹은 민간 기업 중에서 초기 자본을 때려부어도 망하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진 기업 - 재벌 - 이 개도국 혹은 후진국의 중화학 제조업의 육성에 기여하면서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재벌이 지닌 폐혜 때문에 재벌의 순기능까지 폄훼하지 말아야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당히 공감이 갔고, 저 또한 재벌이 지닌 단어 의미의 선입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이부분에 대해서는 재벌의 순기능과 폐혜를 분리해보게 되었습니다.
 

지적재산권의 부분에서도, 선진국 -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말하고 있는 - 들이 지적재산권 분야의 권리를 강조하는 것이, 지적재산권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기술집약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며, 지적재산권이야말로,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흘러가면서 일방향적인 권리 의무 - 의무라면 주로 로열티를 의미하겠죠 - 관계를 부여하는 것인데, 그것이 과연 후진국과 개도국에게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AIDS 에 대한 예를 들고 있는데, 아프리카의 많은 죽어가는 에이즈 보균자의 치료를 위해서, 선진국은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을 비싸게 팔아먹을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인권을 위해서 저렴한 가격에 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면서, 지적재산권 분야의 강화가 결국은 신자유주의의 논리로 무장되면서 선진국의 경제적 지위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장하준 교수는 강조하고 있죠.

저도 법전공한 처지라, 막연한 의미에서 지적재산권은 지켜져야하는 것이라는 법치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지적재산권이란 것이 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이 개도국 혹은 후진국을 압박할 수 있는 장치로 악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막연한 부분을 상당부분 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그 이외에도 IMF 가 우리나라에 강요했던 재정건전성이라든지 부채비율의 과도한 축소 강요 등이 지닌 신자유주의의 이중 잣대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가 한 편이라기보다는 반대편이라는 이야기들 같은 것들을 통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들이 조금 더 명확해지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신자유주의자들의 논거도 읽어봐야겠지만, 만약 우리나라가 현재까지는 유치산업을 보호해야할 필요가 명백하다면, 분명히 FTA 는 재고해야할 사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아직까지는 더 알아가는 단계니까,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아무튼, 이 책 이후로 '쾌도난마 한국경제' 를 하루만에 다 읽었으니, 그 책에 대한 이야기도 바로 해볼까 합니다. :)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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