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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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시대를 ‘인류세‘로 일컫는 글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지구가 인류의 여러 행동 덕택에 많은 일들을 겪고 있는 지금, 이 명칭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여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자들은, - 진화론적 관점의 -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총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빙하기 때문도 있고, 운석 때문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구는 여섯 번째의 대멸종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인류에 의한 대멸종‘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간에 의한 직접적인 대멸종입니다. 인간이 발 디디는 곳마다,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탐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해서 잡아다 혹은 뽑아다 쓴다. 오세아니아 대륙의 많은 동물들이 겪었던 일을 생각해보자면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의도치 않았지만, 인간이 야기한 대멸종입니다. 위 사례와는 다르게, 인간이 때로는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 만 년, 수 십 만 년 동안 자신의 속도에 맞춰 나서 자라고 성장하여 또 낳아간 많은 생물들이, 인간이라는 대상에 의한 작용에는 미처 적응하지 못한 까닭에 멸종을 앞두고 있기도, 혹은 이미 멸종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니면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작용도 있었습니다. 그저 움직였을 뿐인데, 인간끼리만 움직였다고 생각했었는데, 뭔가 달고 온 까닭에, 이에 충분히 적응할 기회와 시간을 갖지 못한 동식물의 멸종에 기여하게 된 것도 있었습니다.

혹은,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움직였을 뿐인데,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동식물들이 이에 대한 영향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보통 이를 ‘기후위기‘라고 일컫는 듯 합니다.

세 번째로, 저자는 ‘인류에 의한 인류의 멸종‘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언급하며 글을 맺고 있습니다. 인간이 야기한 전지구적 변화는 과연 인간에게 어떤 되먹임을 가지고 올 것인가.


책은 인간에 의해 사라지거나 혹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로 각 챕터를 열면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 자연환경과 개체 - 혹은 개체의 흔적 - 를 토대로 자신이 바라보는 ‘인류세‘ 혹은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해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끝은 암울합니다. 저자는 무언가를 촉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한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인류가 자연에 끼친 영향이 자연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담담하게 기술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류의 멸종‘에 대해 조망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화석연료, 기후위기, 온실효과 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진화해 온 자연의 모든 개체 가운데, 유독 인간만 진화 이상 - 적응을 뛰어넘은, 개발 - 을 해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계 위 모든 생명체들이 빠른 시간 내의 적응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 결론은 종의 멸종. 이제 그 적응에 대해, 자연이 인류에게 요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세, 라고 현재를 부르는 것이 어쩌면 타당해 보입니다. 언젠가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겠지요. 그 때, 지구 위에 인류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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