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재택근무의 한계부터 교실의 재발견까지 디지털이 만들지 못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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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으로 이미 한 번 만났던 저자를, 새로운 책으로 다시 만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작에서처럼, 새로운 책에서도 저자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가 인간과 인간 사회에 주는 영향에 천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던 시기는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아날로그 일상을 박탈당하던 때입니다.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는 정말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때 가장 먼저 대책을 마련해야 했던 곳은 학교입니다. 교육은 멈출 수 없었고, 학교는 디지털로 배우는 방법을 힘겹게 테스트했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콘텐츠로, 다음에는 실시간 원격으로, 좌충우돌하며 배우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러면서 재택 디지털로, 비대면으로, 많은 일들이 전환되었고, 처음에는 ‘어? 이렇게도 되네?‘라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디지털이 일상의 양상을 전환하게 되겠지만 그 변화는 천천히 이루어질 것이라 예측하던 것이, 코로나19의 기승과 함께 강제되었고 이는 효과적인 디지털 일상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그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지금, 과연 그렇게 찾아온 디지털 전환이 우리에게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이어지고 있고, 이 책도 그런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코로나19와 함께 자신이 구축하였던 아날로그 일상이 어떻게 디지털로 전환하였는지를 보여주면서, 디지털 일상이 아날로그를 대체할 수 없음을 자신의 사례와 함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지털이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는 아날로그 기반의 삶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전문가와의 모든 인터뷰를 실시간 원격 도구를 활용해서 하였음을 밝히고 있지만, 저자의 책모임은, 저자의 자녀들의 배움은, 저자가 향유하던 일상은 도무지 디지털로 할 수 없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저의 입장에서도, 결국 교실의 배움은 면대면을 통해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면 너머로 만나는 대상을 반쪽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의 배움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갈 수 있겠습니까. 코로나19가 바꾼 디지털 환경은, 그저 음성으로 하던 것을 영상으로, 화면으로 보여주며 알려주던 것을 학생 디바이스에서 바로 열어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정도가 효과적일 뿐, 여전히 우리의 일상은 아날로그가 의미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전작이 더 좋았습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아날로그 문화를 보여주며 그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드러내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책은, 조금 예측 가능하였다,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학교, 직장, 가정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난 코로나19 이후의 디지털화를 비판적으로 예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상황이나 도구 등이 중첩되는 경향이 있어서 책의 말미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며, 그러나 이미 일상에 다양하게 그 범위를 넓혀 온 디지털 방식을 어떻게 아날로그와 접목해 갈지, 혹은 아날로그가 주도하고 디지털이 보완하는 방식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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