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 서울편 3 - 사대문 안동네 : 내 고향 서울 이야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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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내내 역사학도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던 내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바라보아야 할 곳이 텍스트 뿐만이 아님을 알려주었을 뿐 아니라, 그저 흘려 지나쳐버릴 수 있는 유물과 유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알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그 답사기 열 한 번째 권이 나온지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 서점을 갔을 때 매대에 놓인 것을 보고 구매해서 바로 읽어 보았다.

답사기 11권은 서울편이다. 이전의 서울편이 고궁과 도성 안팎의 유적지 중심 - 서울편은 아니지만, 백제편에서 다녀보았던 서울 송파 백제고분군도 유적지 중심이다 - 이었다면, 11권은 서울 중에서도 서촌과 북촌, 인사동 등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서촌·북촌·인사동을 1년에도 서너대여섯 차례씩 찾는 터라 이번 독서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서촌이든 북촌이든, 인사동도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 ‘아! 여기!‘ 혹은 ‘아... 여기?‘ 라고 생각할 지점이 너무 많았다. 덕택에 이 답사기를 손에 들고 답사길을 따라 다시 한 번 다녀볼 생각을 품게 되었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의 앞뒤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반추해내는 기록도 참 좋았다. 사실, 서촌과 북촌, 인사동이 지닌 매력은 시공간의 연속성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많은 유물·유적지는 공간 또는 시간의 연속성 이상을 담기 쉽지 않다. 예컨대 폐사지 답사의 경우, 한 공간에서 시간에 따라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을지 가늠하여 생각하는 것은 참 의미있다. 그러나 폐사지를 떠나면 공간이 주던 변화도 단절된다. 결국 유적지 답사는 점점이 떨어진 공간을 점프하며 쫓아다녀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잠시 둘러보고 길게 이동하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

박물관은 어떠한가. 보통 시대사에 따라 유물들이 전시되므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시대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각 유물들은 그저 분절된 시간의 한 점 만을 가리킬 뿐이다.

그러나 서촌·북촌, 인사동은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아 올려진 중층의 시간이 일련의 연속된 공간 안에서 서로 연계하며 의미를 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바로 한 시대에 여러 공간을 주유하며 살아온 인물들이, 중층적 시간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그 공간을 향유해가는 삶의 모습이다. 결국, 이번 답사기가 주는 의미는, 시간과 공간이 인물을 매개로 쌓아올리는 중층으로 직조된 삶의 총체, 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서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추억을 담뿍 담은 서촌 이야기를 써 내었다. 개인적으로, 서촌을 좋아하여 시간이 날 때 여기저기 주유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이 부분이 가장 즐겁게 읽어낸 독서가 되었다.

또한 그 동안 많은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다양한 장소 - 벽수산장 흔적지 등 - 에 대해 다시 한 번 리마인드 해 볼 수 있는 독서가 되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이야깃 솜씨가 주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그저 가만히 책을 들고 읽다보면, 나 또한 그 장소, 그 자리를 누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음 권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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