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환타지도, 에스에프도, 본질적으로는 현실에 가 닿아 있어야 한다. 적어도, 정말 가능해? 라는 의문은 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하나하나 꼬투리 잡을 거리가 넘쳐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모든 독자가 전문가는 아니니까.

독자에게 의문 없이 경탄만을 불러오는 작품의 양상은, 환타지와 에스에프가 각기 다를 것이다. 환타지는 좀 쉽다. 어쨌든, 겉모양새만 좀 ’틀릴’ 뿐, 본질적으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반면 에스에프는 쉽잖다. 사이언티픽, 은 모든 독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지점도 아닐 뿐더러, 모든 작가가 잘 해 낼 수 있는 지점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션’은 굉장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마크니와 함께 화성에서 탈출한 느낌이다.

화성에 갔다가 일행과 헤어지게 된 마크니,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황량하고 거친 외계에서 살아가는 과정은 놀랍지만 어쨌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변곡점이 되는 순간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뛰어넘는 경이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마치 마크니가 화성에서 떠나는 것을 원치 않기라도 하듯, 오만가지 어려움을 다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의 순간은 그저 가진 과학적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픽션을 직조하는 역량이 중요할 것이고, 작가는 그저 이 이야기가 있음직한 것을 뛰어넘어 독자가 홀딱 빠져들 수 있도록 엮어 내었다. 솔직히, 손에 땀을 쥐었다. 뻔히 결말이 어떨지 생각하면서도.

빌런인 인물 없이, 화성 자체가 빌런의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가 주는 매력도 더 좋아진 듯 싶다. 그렇잖은가. 어쨌든, 어려움에 처한 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오히려 더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니까. 마크니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인물들이 헌신적으로 마크니를 격려하고 응원한 덕택에, 화성이 충분한 빌런의 역할을 수행해 준 덕택에, 이야기의 끝에 조금 더 편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미덕이라면, 뻔한 결말에 너무 빠져있지 않게 적당히 마무리 해 준 것도 꼽고 싶다. 어쨌든, 마크니는 탁월했고, 모든 이들은 따뜻했으며, 작가는 화성이 얼마나 지독스러운지 최선을 다해서 이야깃 속에 묻혀 내었다. 오랜만에 경탄할만한 에스에프를 읽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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