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놓고 딴소리 - 드라마, 예능, 웹툰으로 갈고닦는 미디어리터러시 생각하는 10대
이승한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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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콘텐츠를 해석하는 측면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룬 것으로, 이 책은 어느 정도 수준 있는 해석을 내어놓고 있다. 미디어와 생산자 사이의 권력 관계에 있어서도, 이 책은 여느 수준 이상의 통찰을 주고 있다. [꼬꼬무] 및 ‘서울 중심주의’에 대한 미디어 콘텐츠 해제는 아주 좋았다.

그러나 미디어와 수용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뭇 교조적이다. 대중의 판단을 너무 불신하는 모양새를 책의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한 때, 이문열 작가에게 ‘대중문학’ 작가의 멍에를 씌우며 폄하하던 이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문열 작가의 초기작 - [영웅시대] 이전 - 까지만 좋아하는 독자로서, 그럼에도 대중에 선택받은 작가를 ‘대중에 영합한다’고 저평가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때는 ‘집단 지성’이라며 추켜 세우지만, 어떤 때는 ‘중우’라며 깎아 내린다면… 이야말로 People Correctness 가 결여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삼국지]는 남성이 주인공이라서 남성의 판타지를 자극하지만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자들이 주인공인 까닭에 PC를 ’푹 담구어서’ 우리 세계의 이해도를 높여준다고 서술한다면, 저자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삼국지도, 골 때리는 그녀들도, 주 독자는 남성이라고. 정치적인 올바름의 키워드가 개입하기 전에, 재미와 감동, 피땀이라는 노력에 감동하는 남자들이라고. 더불어, ‘무협의 세계엔 기본적으로 출중한 무예와 가공할 기공을 선보이는 여헙이 가득’하다고 말하는 무협소설의 주 독자도 남성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야말로 [잘 봐 놓고 딴소리]이다.

독자를 믿으라, 고 저자에게 말하고 싶다. 일개 독자들도, 정치적 올바름이 결여된 것에 대해 목소리 낼 줄 안다고. 다만, 그 목소리가 좀 느려 보이고, 작아 보이고, 소심해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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