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과 성장이 있는 차근차근 블렌디드 수업 - 초등 온라인 오프라인 혼합수업 적응기, 팁, 수업사례, 수업성찰
서영인 지음 / 테크빌교육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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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많은 교사의 수업 관련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원격 등교 병행 와중에 에듀테크 혹은 온-오프라인 연계 관련 책들도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몇 권 사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 좀 있었다.

매뉴얼 수준의 내용 구성이 대표적이다.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룰북을 읽을 일이 많다. 그런데 어떤 룰북들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 게임 진행 과정을 드라이하게 써 둔 탓에 실제로는 게임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막상 게임을 해 봐야 게임의 전반적인 룰이 이해된다. 이와 같은 수업 책들이 많다. 무턱대고 해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할 것이면 굳이 책을 사서 볼 필요가 없다. 블로그 검색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것이 낫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은데 뭐하러 매뉴얼 북을 돈주고 사서 활용하겠는가.

그렇다면, 수업 책이 가진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도 해 보아야겠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경우는 두 가지 정도의 경로가 있는 듯하다. 연수와 독서이다.

인터넷 검색은 논외인 바, 보통 서핑을 하는 경우는 목적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이미 알고 있어서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검색하거나, 그렇기 때문에 인사이트는 필요 없고 자료만 필요한 경우에 인터넷을 이용한다.

제일 흔한 경우는 연수이다. 운영 사례를 들으면 흥미가 동하고 찾아봐야겠다 싶다. 메모해두고 관련 정보를 보통 인터넷으로 찾게 된다.

독서의 경우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찾게 되지 않나 싶다. 내 교실에 뭔가 부족한데, 카테고리는 알겠는데 디테일이 부족할 때 책을 꺼내어 드는 듯 하다.

그렇다보니, 책은 실마리를 제공하고, 인터넷은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쓰임새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많은 수업 책들은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는 무언가를 던지지 못한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그림 잔뜩 얹어가며 쓸데없이 자세히 설명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나에게는 왜 이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와 설명이 필요한데.

결국, 수업 책이 담아야 할 것은, 교사의 철학, 그리고 그 철학을 실현시키는 방법 약간이다. 독자가 교사의 철학에 가 닿으면, 방법은 어떻게든 찾게 된다. 그렇잖은가. 필요성을 납득하면 방법은 아무래도 좋다. 구글 클래스룸이면 어떻고 위두랑이면 어떠하며 네이버 밴드면 어떨 것인가. 블렌디드 수업의 시대에 교사는 어떻게 이를 바라보고 온-오프라인 교실에서 이를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테크닉과 스킬 뒤에 살짝 붙거나 이마저도 없는 책이라면 그런 책을 통해서 과연 교사는 어떻게 이 막막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교사의 교육철학이 앞에 서고 방법과 사례는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따라서 독자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초등교사로서, 저자가 지향하는 지점이 전과목인 것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원격 수업이 어렵다고 지레 내동댕이 치는게 아니라, 교사가 담당하는 모든 교과에서 어떻게 블렌디드 수업을 이루어 낼 것인지 고민하는 지점도 의미있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담화가 많은 것도 특징적이다. 그저 사용 예시로 교사-학생 간 담화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원격 수업 상황에서 어떤 지점을 염두에 두고 학생을 만나야할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는 점에서, 이 책은 교사로 하여금 수업 당시가 아닌 수업 이후를 고민해보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쉬움 점도 있다. 이 책은 시기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다. 이미 많은 교사가 온-오프라인 연계수업에 익숙한 상황이며, 이런 상황에서 이미 나름대로의 수업 방향을 구축하였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인사이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 편으로 제시하는 사례들이 교사가 가진 철학을 오롯이 담아내기에는 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물론 두 가지를 다 담는 것이 어렵긴 할 것이다. 시기가 빨랐다면 사례가 풍부하지 못했을 것이고, 사례가 많을 수록 시기는 늦어졌을테니. 딜레마라 하겠다.

가장 불만인 점은, 책날개에 있다. 적지 않은 책을 보지만, 책날개는 저자에게 주어지거나, 혹은 독자의 더 넓은 독서를 위해 관련 도서 혹은 시리즈나 저자의 다른 저서를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책을 낸 회사는 책과는 무관한 자사의 다른 목적물 - 그것도 독자가 교사일 경우에만 의미있는 - 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저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수업 관련 책들을 주로 내는 회사들에서 좀 그런 ‘후진’ 구성을 본다. 이 책은 교사만을 타겟으로 하는 책이 아니어도 괜찮다. 학교 현장에서 온-오프라인 수업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하는지를 교사 아닌 분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사를 저자로 교사만을 타겟으로 하는, 교사 집단이 닫혀진 것으로 여겨지는 것에 불만이 있다.

각설하고, 책의 첫머리인 파트 1은 온-오프라인 수업을 실행하는 교사들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을 위해서든, 혹은 덧댐을 위해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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