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 (반양장) - 제국의 공적 제1호 폴라리스 랩소디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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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폴라리스 랩소디]는 처음에는 스포츠조선에서 연재하던 환상소설이다. [드래곤 라자]와 [퓨처 워커]로 하이텔의 많은 유저들을 밤의 좀비처럼 만들었던 네크로멘서가 신문 연재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그 신문을 등교길마다 사서 연재를 따라가는 것은, 좀비떼의 일원이라면 마땅히 했어야하는 일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연재가 100화째에, <끝>이라는 표시와 함께 끝을 맺었을 때, 어안이 벙벙하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끝이라고?

물론 네크로멘서는 그 다음 이야기를 들고 하이텔로 돌아왔고, 신문 연재 길이의 일곱 배가 넘는 길이의 이야기로 독자 - 적어도 나는 - 를 만족시켰다.

1권은 딱, 스포츠 신문 연재분이다. 여러 차례 읽었던 처지에, 1권의 내용은 되짚어보면 다 뒷 이야기의 복선들이다. 누구누구누구가 왜 무슨무슨무슨 일을 하는지. 누구누구누구의 무엇무엇무엇을 왜 누구누구누구는 어쩌구저쩌구하는지. 좀비떼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5권쯤, 7권쯤, 8권의 말미에 ‘모닝스타를 뒤통수에 쎄게 후드려 맞았네’ 같은 체험 수기가 회자되곤 하였다. 뭐, 타자 님의 소설이 주는 백미는 바로, 이야기의 앞서 근사하게 깔아둔 복선이 하나하나 풀리는 것이니까. 요즘의 표현대로라면 떡밥 회수? 어쨌든.

1권을 읽은 상황에서 다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신앙하는 세 사람, 아직은 정확한 신앙의 모양새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편린은 넘겨짚을 수 있는, 하리야 선장과 파킨슨 신부, 그리고 퓨아리스 4세이다. 신앙하는 사람으로서,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무신론자 - 임에 분명해 보이는 - 인 작가가 던지는 신앙의 본질에 대한 얄궂은 도전이자, 그것의 깊이가 아주 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금의 신앙인연하는 불신자들의 행태을 보자면 오히려 그네들보다 나아보인다는 개인적인 판단을 하고 있기도 하다.

1권은 어쨌든, 이야기를 벌리는 지점이라, 또 떡밥을 잔뜩 깔아두길 좋아하는 타자 님이 제대로 쓴 글이기도 한지라, 조금 넓고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도 좀 느릿한 편이다. 아마 스포츠 신문의 연재도 그래서 중간에 짤렸겠지 내심 추측하기도 한다.

진짜 재미는 누구누구누구가 어디어디어디의 무엇무엇무엇이 어쩌구저쩌구하는 순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바로 2권을 꺼내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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